이재명 지사에게 뛰어난 ‘촉’이 있다. 정치흐름을 읽는 감각이 남달라 보인다. 우선 성남시장 당선 때부터 촉은 빛을 발했다. 시장에 취임하자마자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전임 시장 때 진 빚부터 갚겠다고 선언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부패한 전임 시장과의 갈라치기였으며, 시장을 두 번 했으니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박근혜 탄핵정국에 촛불 민심을 올라 탄 것도 이재명의 동물적인 정치감각을 보여준 사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국민들이 분노할 때 많은 잠룡들은 머뭇거렸다. 중도의 지지를 기대하며 또는 지키려고 처신하는 잠룡과는 달리 중도 코스프레를 포기했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화법과 행동은 그를 단번에 대통령 후보 반열에 올라 세웠다. 국회의원 한번 못한 철저한 비주류이고 기초단체장에 불과한 ‘변방의 장수’였지만 민심의 흐름을 잘 읽어 민주당 대선후보 ‘빅2’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의 경기도지사 이재명을 만든 결정적인 촉이었다.

3일 경기도청을 출입하는 신문, 방송, 통신사 기자 60여명을 앞에 두고 밝힌 신년간담회도 절정의 촉을 말해준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와 ‘일자리’를 문패로 세웠다. 2018년 방점이 복지였다면 2019년은 경제와 일자리에 집중하겠다고 공표했다. 프레임을 복지에서 경제로 옮긴 것은 중요한 포인트다.

차기 대선출마와 인기 비결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저는 대선에 전혀 관심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가지 부족한 것이 많고 논란도 많지만, 그 점들을 다 고려하더라고 여전히 믿겠다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기대에 부응하려면 노력해야 한다. 도정을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함의(含意)가 많다.

현재 우리사회의 최대 화두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이다. 이재명이 총대 메고 하겠다고 공표한 것은 10일부터 시작되는 재판을 의식한 행보라고 할 수도 있다. 재판에 매달려 도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고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선제공격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새로운 길은 ‘유능한 진보’로 보인다.

또한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재명이 경기도에서 하겠다고 나선 것은 문재인 정부를 돕고, 문재인 정부와 갈라치기 성격도 짙다고 볼 수 있다.

이재명의 유능한 진보론은 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 시절부터 머릿속에 있었다.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공한 한국의 버니 샌더스가 되고 싶다. 트럼프나 샌더스 모두 나처럼 변방출신으로 국가권력을 차지했지만 샌더스는 사회적 약자와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추구해온 사람이다. 나는 성공한 샌더스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재명은 도지사에 취임한 후에도 온갖 설화(舌禍)의 중심에 있었지만 수술방 cctv설치, 산후조리비 지원, 도 산하기관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 등 노동자, 서민,중산층에게 유리한 정책을 밀어붙여 공감을 얻었다.

이왕 경제활성화와 일자리창출에 도정을 집중하기로 한 만큼 서민의 상징인 재래시장을 살리고, 소상공인에게 힘을 줄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실천하길 주문한다. 31개 시·군, 경기도의회와 합심해 일자리컨트롤타워 책임을 맡고 일자리재단 기능을 확대·리모델링하는 것도 방법이다.

피를 말리는 지루한 재판이 이번 주부터 시작된다. 이 지사가 밝힌 대로 재판은 변호인단에 맡기고 도정(道政)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대통령 예비후보 경선과 도지사 경선, 도지사 선거를 치르면서 선명성 경쟁에서 드러난 과격한 진보 이미지를 ‘유능한 진보’로 바꿔놓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광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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