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체육계 미투’의 여파로 현행 엘리트 체육시스템이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대한체육회는 15일 체육계 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하면서 현재의 선수 육성 시스템에 대해 근본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체육회는 정부와 협의해 현재의 성적 지상주의와 엘리트 체육 위주 육성 방식에대해 전면 재검토하고 개선을 마련하겠다며 특히 합숙 위주, 도제식 훈련 방식에 대한 근원적 쇄신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체육계의 성적 지상주의, 엘리트체육 위주의 육성 방식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한지 하루 만에 일단 체육회가 개편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운동부가 되면 초등학교부터 국가대표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합숙소에서 보내야 하는 훈련체계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는지 살펴주기 바란다”며 “체육계도 과거 자신들이 선수 시절 받았던 도제식의 억압적 훈련방식을 대물림하거나 완전히 탈퇴하지 못한 측면이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 불거진 체육계 폭력, 성폭력 사태가 성적 지상주의와 체육계 폐쇄성을 낳은 현행 엘리트 체육 체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정책 수정의 필요성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특히 선수촌에서도 폭력이나 성폭력이 자행되는 듯 외부와 단절된 합숙 문화가 폭력 사건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합숙 시스템 등이 먼저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가 처음 불거진 빙상계에서 일단 선제적으로 합숙 축소 방침을 선언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리위원회는 지난 14일 대표팀 합숙 훈련을 최소화하기 위해각급 훈련단 하계훈련을 합동훈련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장 합숙을 전편 폐지하지는 않지만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것이다.

도제식 훈련 방식의 개선과 관련해서는 당장 가시적인 대책을 기대하긴 상대적으로 쉽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학생 선수에 대한 지도자의 영향력을 줄여가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현재 학교 운동부에선 코치가 학생들에게 운동만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진학이나 취업 같은 진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기 쉽다.

남상우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은 엘리트 체육의 폐해 중 하나인 ‘시스템 내재화’의 대표적인 예로 학교 운동부를 꼽으며 지역 스포츠 클럽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성적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체육 특기자 입시제도나 병역특례 등도 이와 맞물려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변화들은 모두 상당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그야말로 대수술이라는 점에서 엘리트 체육 시스템을 전면 뒤집는 데에는 상당한 진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충분한 여론 수렴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준비 등이 필요하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금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방향은 설정됐지만 상당한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고 후유증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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