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위대한 국가란 위대한 인물이 있는 나라다’라고 했습니다.

폴란드는 참으로 위대한 인물을 많이 배출했습니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 천문학자 헤벨리우스, 쿼바디스의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자 셴케비치,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퀴리부인, 자유노조의 기수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레흐 바웬사, 제264대 로마카톨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천재 물리학자 칼루차, 첫 외계 행성을 발견한 알렉산데르 볼시찬, 그리고 피아노의 시인 프레드릭 쇼팽 등 인류 역사에 기록되는 위대한 인물을 많이 탄생시킨 나라입니다.

이런 반면 폴란드의 역사는 참으로 기구하였다고 하겠습니다. 폴(pole)족(族)의 나라라고 하여 폴란드(Poland)는 1320년 통일왕국으로 유럽역사에 등장하였고 카시미르 4세(1447-1492)때는 북으로 발트해 남으로는 흑해에 이르는 넓은 영토를 지배한 때도 있었습니다.

역사는 폴란드를 그대로 놓아두지 않고 주변 강대국 독일 러시아 오스트리아가 1795년 분할하여 그들의 영토로 만드는 바람에 나라가 통째로 120여년동안 사라져 버리는 비운과 굴욕을 겪기도 했습니다.

나치의 지배를 받을 때는 역사에 이름조차 거명하기를 꺼리는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폴란드 땅에 있었고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자 1952년 공산당 정부가 수립되면서 소련의 지배를 받는 위성국가가 되어 국민이 고통을 받기도 했습니다.

공산당의 온갖 탄압에도 종교심이 강하고 자존감이 높은 국민들은 끊임없이 공산정권에 대항하면서 자유를 갈구하였습니다.

1980년 레흐 바웬사가 이끄는 공산당 노조만 인정되던 정부에 자유노동조합을 결성하여 공산당 정부에 저항하였습니다.

1989년 폴란드는 공산 정권을 무너뜨리고 레흐 바웬사를 대통령으로 선출하여 암흑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자유민주주의를 누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오랜 역사의 질곡과 좌절 속에서도 폴란드를 건설한다는 집념으로 저항과 투쟁으로 국민정신을 하나로 응집되었고 조국을 등지고 이웃나라로 피난을 가면서도 조국 폴란드를 잊지 않고 폴란드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일생을 지낸 이들이 많습니다.

그 대표적 인물 중의 한 사람이 프레데릭 쇼팽(1810~1849)이라 하겠습니다.

조국 폴란드가 러시아 등 외세에 의해 짓밟히고 있던 1831년 프랑스로 떠날 때 쇼팽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폴란드 인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였고 그의 스승은 제자에게 폴란드의 흙을 한 병 담아주며 ‘어디를 가든지 조국을 잊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849년 39세의 젊은 나이에 폐결핵으로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고 그의 심장은 이듬해 1850년 누나 루드비카가 바르샤바로 가져와 성 십자가 교회에 안치하여 쇼팽이 그리던 조국의 품에 안기게 되었습니다.

성 십자가 교회는 폴란드를 찾는 이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쇼팽의 숭고한 애국심에 머리를 숙이기도 합니다.

한 개인의 위대한 애국심을 존경하기도 하지만 전쟁을 치른 나라들이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조국을 위해 희생된 것을 국가와 국민이 영원히 기리며 기념물을 만들고 이름 난 관광지가 되게 하는 나라가 많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이 무명용사를 기리는 곳이며,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로 그들의 영혼의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앨링턴 국립묘지에도 가장 높은 자리에 무명용사를 기념하며 근엄한 모습의 병사들이 그들의 영혼을 지키고 있습니다. 모스크바도 대통령이 집무하는 크렘린 궁 옆에 가장 좋은 장소에 무명용사를 기리며 오가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습니다. 자기나라와 관계없는 이들이라도 꼭 들러 보고 싶은 곳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수없는 전쟁을 겪으며 우리나라를 지키다가 이름도 없이 희생 순국한 무명용사들에 대한 국민적 존경을 표할 수 있는 무명용사 묘와 기념물을 국립 현충원의 제일 좋은 자리에 세워 역사의 증언대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특히 6.25사변을 겪은 우리나라의 경우 무명 용사를 온 국민이 기리고 흠모하며 우리나라 관광 오는 이들이 꼭 들러 보고 싶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명 용사의 묘를 우리 국민이 영원한 추모와 존경의 마음을 갖고 자랑스러워하는 교육의 장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개인의 심장 하나 안치된 곳도 세계인이 찾아 감동을 하는데, 우리 위대한 대한민국을 지키고 만든 수많은 이름모를 영웅들을 기념하는 명소 하나는 있었으면 합니다.

유화웅 시인·수필가, (전) 굿파트너즈 이사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