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태산인데 손을 놓고 있다는 말은 지금 국회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이어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논란으로 근 한 달 여 동안 뚜렷한 진척이 없다. 내부적으로야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있겠지만 속 시원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답답한 시간이다. 2019년 들어 국회의원들이 며칠이나 일을 했느냐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으며 공전만 거듭한 3월 국회에 이어 4월 국회도 문을 열자마자 이 후보자 논란으로 여야가 격돌하며 의사일정 합의조차 못한 상태이다. 국민들의 눈으로 보기에는 사안에 따라 각기 다른 자세로 임하면 될 것 같은데 하나가 걸림돌이 되면 그 다음의 모든 일이 올 스톱되는 상태로 공전만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 간에 이견이 있는 것은 그것대로 논의하고, 민생이나 경제법안 등 시급한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와 토의를 통해 진행되어야 하는데 서로 불통의 자세로 임하는 것을 보면 서로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마주 앉아 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 지난 주 여야 5당 대표들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상해에서 열린 행사에서 서로 만났지만 어떠한 합의도 이르지 못했다. 임시의정원을 재연하는 행사였던 만큼 결과물을 도출했다면 더욱 의미가 있었을 텐데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다보니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제발 일 좀 하자는 목소리가 저절로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들 보기에 부끄럽다는 말이 뜻있는 의원들의 생각이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산적한 과제를 두고 국회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배임행위라며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고 촉구했다. 의원들 사이에서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시켜 할 일은 하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인데 한국당이 부정적인 의사를 밝혀 갈 길이 멀다.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해 쟁점사안을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4·19혁명 국제학술회의에서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를 분석한 말이 나왔다. 이 회의에 참석한 세계 석학들이 좌파와 우파 간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한국 민주주의 현실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마치 우리 국회의 현실을 들여다 본 듯이 서로 한 측이 제안하면 다른 측이 무조건 거부하고 반대하는 경향이 존재한다며 이는 민주주의 발전에 득이 되지 않으며 모든 진영이 절충하고 협력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4월 임시국회마저 성과 없이 끝나지 않도록 합리적 논의와 협의를 통해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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