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가 쌀의 원산지로 추정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쌀의 종주국이라는 것에는 역사적 이유가 있다.

1998년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에서 구석기 유적 발굴 조사 중 수십개의 볍씨가 발견되었고, 미국의 권위있는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기관인 지오크론(Geochron)의 측정결과, 1만5천년 전후의 것으로 판명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로 학계에 보고되었다고 한다. 이들 볍씨는 일본이나 중국에서 발견된 것보다 한참 오래된 것으로 자포니카와 인디카 계통이 혼재되어 있고 야생종이 아니라 재배된 것으로 보아 전세계에서 재배되고 있는 쌀이 우리나라에서 퍼져나간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우리나라 벼농사의 역사를 보면 기후, 지세, 그리고 수세 등이 유리한 영호남지방에서 활발히 이루어졌는데, 삼국시대의 백제, 신라에서는 국가규모로 장려되었고 통일신라시대에는 주곡 중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벼농사도 일제 식민지를 거치면서 조선반도를 일본의 쌀 생산기지화 하면서 엄청난 양의 쌀을 수탈당했고 이때 일본은 필요한 쌀을 생산하기 위해 단일경작 체계화를 하였기 때문에 해방 후에도 우리나라 농업이 벼 단일품목 집중생산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식량이 부족했던 시기에 일본에서 도입된 아끼바레 벼품종이 1970년부터 재배되기 시작하였고, 19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하였으며 밥맛이 좋아 현재까지도 경기미의 대표브랜드 품종으로 정착되어 경기도 벼재배면적의 50.9%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국가기관인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많은 벼품종을 개발?보급하였으나, 명지대 위남량 박사의 논문을 요약한 김태경 박사의 글을 보면 소비자들은 우리나라 벼품종에 대한 인지도는 매우 낮은 반면, 일본에서 도입된 아까바레와 고시히카리 품종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는 브랜드 보다는 수십년간 들어왔던 일본벼 품종이 대표적인 경기미로 인지도가 높아졌던 것이고, 우리가 육성한 벼품종은 1,000여개의 브랜드에 묻혀서 품종명이 소비자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우수브랜드 보다도 전통적인 대표 경기미에 인지도가 높았고 평균 인지브랜드 수는 1.8개에 불과해 2개 이상의 브랜드를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브랜드쌀의 유통 이전에 전통적인 소비자 인지도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고 몇몇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기억되고 있는 브랜드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품종으로 브랜드쌀을 만들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밥맛 좋은 품종에 대한 마케팅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육성된 벼품종은 지역별로 생산되는 우수한 품종이 많이 있다. 참드림, 맛드림, 삼광, 해들 등의 밥맛 좋은 쌀 품종을 홍보하는 것이다.

지금의 쌀 포장지를 보면 브랜드명은 앞면에 크게 쓰여 있고 품종명은 포장지 구석에 매우 작은 글씨로 쓰여져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우선은 품종명을 먼저 알리기 위해 이런 부분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고, 밥맛 좋은 품종을 알리는 것은 품종 육성기관을 포함한 지역별 RPC와 RPC연합체에서 진행해야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쌀도 이제는 소비자들이 맛있어 하는 품종을 지역별로 차별화된 생산방식으로 생산해서 조금 더 유리하게 파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우리도 쌀 종주국으로 자긍심을 갖고 우리쌀에 대한 관심을 높여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이 밥맛 좋은 우리 품종을 많이 찾는 날을 기대해 본다.

지정현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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