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월 안양역사 입점 협의 중… 유통법 따라 상인들 동의 필요

# 안양지역 A 상인회장은 지난해 추석명절을 앞두고 택배 상자를 받았다. 상자에는 100만 원 상당의 성인 팔뚝만 한 굴비 한 두름이 담겨 있었다.

택배를 보낸 이는 ‘㈜엔터식스 패션쇼핑몰’의 김상대 대표였다. 엔터식스는 올 8~9월 안양역사(옛 롯데백화점 안양점)에 패션쇼핑몰 오픈을 앞두고 있다.

신규 입점을 앞둔 한 대형유통업체가 ‘상생협약’ 대상인 안양지역 상인회장들에게 1인당 100만 원 상당의 굴비를 선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굴비를 보낸 지난해 9월은 롯데백화점이 올 3월 영업종료를 선언한 안양점에 대해 엔터식스가 입점 협의에 돌입한 시점이었다.

23일 안양시, 안양지역 상인회 등에 따르면 엔터식스가 영업을 하려면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인근 전통시장·상점가 상인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중소상인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대형유통업체는 ‘대규모점포등록(영업등록)’ 시 상권영향평가서, 지역협력계획서 등을 지자체에 제출해야 하는데, 지역 중소상인의 지원사항 등이 담긴 지역협력계획서는 사실상 해당지역 상인회장들의 일종의 ‘동의서’와 다름없다.

이 과정에서 지역협력계획서와 별개로 개별 상인회 지원방안에 대해 양자가 벌이는 이른바 상생협약 협의가 이뤄진다.

이에 안양지역 상인들은 엔터식스가 지역협력계획에 앞서 상인회장들에게 ‘뇌물’을 건넨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 상인회장은 “순수한 의도의 명절선물이라고 보기엔 너무 고가의 상품이라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지난 3월11일 안양시에 신규개설을 신청하고, 롯데백화점 안양점에 대해 지난 4월16일 명도를 완료한 엔터식스 측은 현재 안양 소재 8개 상인회와 지역협력계획 및 상생협약 등을 협의 중이다.

엔터식스 관계자는 “유통 관계자들끼리 명절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향후 입점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논의해야 할 사람들과 좋은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인사였을 뿐 대가성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굴비는 공동구매를 했기 때문에 100만 원보다 낮은 가격”이라고 덧붙였다.

엔터식스는 왕십리역점, 강변테크노마트점, 상봉점, 동탄점, 파크에비뉴 한양대점, 강남점, 천호점 등 전국 7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패션의류 전문 대형유통업체다.

안형철기자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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