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보적인 전통주가 있다.

한 번 빚고 끝나는 시중 막걸리와 달리, 세 번 발효시켜 빚어내는 술 ‘삼양춘’이다.

삼양춘의 삼양(三釀)은 “세 번 빚는다”라는 말에서, 춘(春)은 “술은 겨울에 빚어 봄에 마셔야 맛있다”라는 옛 말이 어원이다.

고려시대부터 주로 서울·인천·경기 지역 양반가에서만 빚어 마시던 고급 발효주로 널리 알려져 있던 삼해주와 같은 방식으로, 인천과 강화도에서 오래 생활했던 고려시대 최고 문장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등장할 정도다.

삼양춘의 아버지 강학모 대표(59)는 특산주 양조장 ‘송도향’을 토대로 잊혀져가던 고급 전통주를 다시 세웠다.

금융공기업에서 20여년간 직장생활을 하던 그를 양조업으로 이끈 건 다름 아닌 ‘어머니의 밀주’에 대한 기억이다.

강 대표는 “어린 시절, 동네 결혼 잔치나 상가집에는 어머님이 빚은 밀주가 어김없이 등장했고, 명절이 돌아올 때마다 한 달 전부터 밀주를 빚느라 밤을 세우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스스로 이룰 수 있는 무언가로 인생2막을 채우고 싶다는 고민이 어머님에 대한 기억으로 이어졌고, 어린 시절 기억이 배어있는 인천에서 사라져가는 전통을 다시 세우고 싶은 마음에 전통주 양조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출발한 전통주 연구는 문학산성 밑자락 청학동의 조그만 공방에서 시작했다.

자신만의 전통주를 빚기 위해서 한국전통주연구소, 가양주연구소, 막걸리학교 등 웬만한 전통주 관련 전문기관은 모두 섭렵했다.

강 대표는 “연구기관마다 강의하는 스타일과 술을 빚는 방식도 차이가 많았기 때문에 다양한 전통주 빚는 방법 중에서 차별화된 술을 빚어내는 것은 큰 숙제였다”며 “인천의 전통주가 없을지 고민하던 중 우연히 세 번 빚는 술인 삼해주현의 설화를 만나게 됐고, 여기서부터 삼양춘이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민 끝에 세상에 나온 삼양춘은 그 등장과 함께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대한민국 주류 대상에서 삼양춘 약주와 탁주가 각각 1등상과 대상을 수상한데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송도국제도시에서 진행된 ‘제6차 OECD 세계포럼 인천의 밤’에서 공식 만찬주 및 건배주로 선정된 것이다.

강 대표는 “삼양춘은 친환경 바다 바람을 먹고 자란 강화섬쌀과 우리밀로 만든 전통 누룩을 사용한다”며 “스파탐 등 인공 감미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으며 전통 방식 그대로 효모와 자연이 스스로 술을 빚을 수 있도록 천천히 기다린 것이 비결이 됐다”고 말했다.

인천의 전통주를 알리고 새로운 주류 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의 욕심과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종류의 전통주를 개발하면서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어·영어·일본어 전통주 체험 프로그램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 대표는 “현재 저도수 탄산 막걸리 출시를 준비 중이며 삼양춘을 다시 끓여 받아낸 증류식 소주를 만들기 위해 소규모 증류기도 구매한 상태”라며 “민초들의 시련을 달래주는 값싼 막걸리와 희석식 소주 중심의 술 문화를 넘어 사케, 와인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는 고급 전통주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조윤진기자/koala062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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