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  살아서인지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다. 그리고  도시 사람들 보다  영향을 많이  받고 산다. 요즘들어서는 자연환경의  변화가 아주 빠르게 진행 되고 있음을  느낀다.  20년전의 현덕사의 겨울은 춥기도 엄청 추웠고 눈도 많이 내렸다.  한겨울을  날려면 적어도 여닐곱번은 눈을 치워야 봄을 맞이 할 수 있었다. 그것도 포크레인을 불러서 치워야 했었다. 사람의  허리만큼이나 많이 온 눈을  인력으로는 못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 포크레인 부르는 숫자가 줄더니 지난 겨울에는 한번도 눈다운 눈이 오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몇년전부터 포크레인을 부른 기억이 없다. 법당 앞에 연꽃을 심어 놓은  함지가  있다.  옛날 같아서면 다  얼어  죽었을  연꽃이 올해는 다 살아  올 여름에는 예쁜 연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기후의 변화가  온 것이다.

강릉은 개두릅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많다. 지난봄에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가 싶었는데 봄이 너무 빨리와  봄인데도 초여름 날씨처럼 더웠다. 그래서 개두릅이나 나물들이 갑자기 확 웃자라서  그만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아는 지인에게 해마다 보내 주었는데 올해는  못 보내 주었다. 물론  나도 겨우 맛이나  봤을  뿐이다. 겨울에서 봄을 건너  뛰어  바로 여름이 온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현상이다.

여름밤하면 생각 나는게 남쪽하늘에서 북쪽 하늘로 흐르는 은하수와  반짝반짝 거리며 날아 다니는 반딧불이다. 현덕사에서도 몇년간은  해마다 볼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는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이곳에서 반딧불이도 사라졌다. 몇일 전 어느날 문득  생각하니 꼭 있어야 할 무언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게 바로 다람쥐이다. 현덕사에는 다람쥐가  유독 많았다. 옛날에 김장독을 묻을 구덩이를 파다가 겨울잠을 자는 다람쥐를 발견하기도 하였다.

괭이로 땅을 파고 하는데도 천지도 모르고 잠에 취해 자는 것을 작은 박스에 넣어 방에 둔적도 있었다. 지금도 기억하는것은 겨우내 먹을 양식을 껍질을 아주 깨끗하게 까서  모아  둔 것이다. 사람이 바로 먹어도 될 만큼  알찬 곡식이였다. 작은되로 한되는 되는 많은 양이였다.  옛날 얘기에 가을 추수철에는 여럿의  부인을  거느리고 살다가  겨울잠 들적에는  다 쫓아버리고 눈먼 부인  한마리만 데리고 산다고 했는데  그 다람쥐는  혼자만  있었다. 그러던 다람쥐가 올해들어 한마리도 보지 못했다. 현덕사에서  가까운 소금강  구룡폭포에 가면 다람쥐가 참 많이 있었다. 등산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먹기위해  사람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 왔었다. 그랬던 많은 다람쥐가  이제는 간혹 보일 뿐이다. 흰둥이가 다람쥐를 쫓아 다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극락전 지붕위 기왓장 밑 틈새에는  박쥐가 산다. 저녁 예불할때쯤  박쥐들이 날아  나온다. 밤새도록 날아 다니면서 먹이 활동을 하다가  새벽 도량석 할 때 쯤이면 한치의  망설임이나  머뭇거림도 없이  바람을 가르는 속도로 자기집을 찿아 든다. 새들보다 날아 다니는 속도가  훨씬더  빠르고 자유자재로 날아  다닌다. 그래서 인지  현덕사는 모기가 덜 한것 같다.  처음에는  박쥐의  존재를 몰랐다. 법당이나  요사채 쪽마루에 아침이면  쥐똥이 수북하였다. 그게 알고보니  박쥐똥이였다. 아침마다  박쥐똥 쓸어 내는게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밤이면 처마밑에 새끼  박쥐들을 데려다 놓고 키운다. 새끼들이 처마밑 벽에 대여섯  마리씩 딱  붙어 있다. 그래서 벽이 망가지고 부서진다. 아무리 쫓아도 안된다. 그렇다고 잡거나 죽일수도 없고 그냥 포기하고  같이 살기로 하였다. 한지붕  아래에서  함께사는  가족이 되었다.  이  박쥐의  숫자도  많이  줄어 들었다.  

큰길에서 이 곳 현덕사까지는 1.5 km의 짧은  거리이다. 그 길에 차에 치어 죽은  뱀이  일년에 수십 마리나 되었는데 올해는 딱  한마리 뿐이였다. 길에 죽어 있는 뱀을 그냥 두고 볼수 없어 아무리 바빠도 묻어 주거나 길가의  숲속에 던져 주었다. 이  곳에는 뱀이 참 많았다. 독사 꽃뱀 밀뱀 심지어 먹구렁이도 있었다. 사람들이 질겁을하고  무서워 했는데  올해는 아무도 뱀을 봤다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래서 좋기도 하지만  뱀이 보이지 않는 것이  내겐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 들이나 산에는 당연히 뱀이나 개구리가 살아야 하는 것이다. 봄날이나  여름밤에  부엉이나 소쩍새들의 노래 소리나 개구리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  농촌이나 산사의 풍경은 참으로 삭막 할 것이다.

그래도 뱀이 많다는 것은 자연이 잘 보존되어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은 뱀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것은 자연 환경이 병들거나  망가졌다는 것이다. 그 말은 곧 자연 환경이 파괴되었다는 것이다. 이 하늘 아래 이 땅위에 살아 가는 모던 동식물은 우리와 함께 살아 가는 소중한 가족이다. 뱀이나  개구리 박쥐가  살지 못하는 환경은 결국 우리  인간도 살지 못 할 것이다. 한그루의 나무나  식물을  심고 가꾸어야  할  것이다. 생명을 살리는 일에 모던 사람들이 앞 다투어 두팔을 걷어 부치고 동참 했을때 인류의 푸르른 미래가 펼쳐 질 것이다. 우리 모두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자연환경 지킴이가 되어야 한다.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