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필자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클래식음악은 어떻게 하면 이해할 수 있나요?” “클래식음악은 어떤 감상법으로 들어야 하나요?” 이런 물음에 대한 나의 대답은 참 궁색하기 짝이 없다: “글쎄요, 저도 그걸 알고 싶어서 음악박사가 될 때까지 공부했는데 아직도 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습니다.” 대답을 듣고는 실망하는 이도 있고, 내가 귀찮아서 그런가 보다라고 여기거나, 겸손한 사람이라 그렇게 말하는가 보다 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때로는 평생 음악을 공부한 이로서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괘씸해 보이기도 한다. ‘어찌 한 예술 장르를 이해하는데 돈오의 순간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소위 전문가라는 이의 몇 마디 말로 거저먹으려 드는가?’ 몇 마디 말로 음악을 이해하는 왕도를 전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지금부터 계속 이어지는 기고문에 음악, 특히 서양 예술음악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음악에 대해 도를 통한 사람이 한 수 가르쳐주겠다는 것이 아니다. 음악과 관련된 몇 가지 핵심 개념들의 의미를 따져봄으로 조금은 깊이 있는 생각과 관점으로 음악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 소개할 개념은 액센트(accent)이다. 흔히 무언가를 돋보이게 강조하는 것을 액센트라고 한다. 영어권에서는 주로 이 말을 영국식 억양(British accent), 남부 억양(southern accent) 등, 화자의 억양을 뜻하는 말로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음악계에서는 흔히 이것을 ‘강세’라고 번역하는데, 특정한 음의 음량을 강하게 연주하는 것을 지칭한다. 액센트의 의미를 강약에 국한 지은 궁여지책의 번역어이다. 액센트라는 말의 의미는 이보다 훨씬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액센트의 어원은 라틴어의 아칸투스(accantus)이다. 이는 ad(~로 향하는 이라는 뜻의 접두어)와 cantus(노래)를 합성한 단어이다. 직역하자면 accantus란, 말의 소리가 고저장단 및 강약의 옷을 입어 ‘노래화(化)’되는 것을 뜻한다. 말이 노래화되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말이 시(詩)가 되었음을 뜻한다. 라틴어에서 accantus는 다름아닌 시의 ‘운율학(韻律學)을 뜻하던 단어이다. 사실 이 단어는 희랍어에서 운율학을 뜻하던 ‘프로소이디아(prosoidia)’라는 말을 번역한 말이다. 프로소이디아 또한 ~로 향하는 이라는 뜻의 프로스(pros)와 노래를 뜻하는 오이데(oide)가 합성된, 즉 ‘노래화’의 뜻을 본디 지니고 있다. 이 말은 운율학을 뜻하는 프로소디(prosody)라는 단어로 영어에 직접 전파되어 남아있고, 라틴어로 번역된 accantus는 프랑스어 악쌍(accent)을 거쳐 영어의 액센트(accent)가 되었다.

말이 노래가 되도록, 즉 시가 되도록 해주는 것이 운율이듯이 여러 소리의 조합들이 음악이 되도록 하는 것 역시 액센트이다. 음량의 크고 작음만을 액센트로 여길 수 없다. 음악에서는 액센트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나눈다. 첫째, ‘강약의 액센트(dynamic accent): 이는 음악에서 가장 흔히 언급되는 액센트의 종류이다. 음량이 강한 음은 그렇지 않은 음보다 돋보이고 강조된다. 둘째, 토닉 액센트(tonic accent): 이는 음고(pitch)의 액센트를 말한다. 즉 어떤 음이 주변보다 음 높이가 높을 때 그렇지 않은 음보다 돋보이고 강조된다. 섯째, 아고긱 액센트(agogic accent): 이는 음 길이의 액센트이다. 즉 특정 음이 주변보다 길이가 길 때 그렇지 않은 음보다 돋보이고 강조된다.

이 세 가지 액센트를 적절히 처방하여 하나의 구성으로 만드는 것이 작곡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작곡가가 세 가지를 한꺼번에 처방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셋 중 한 두 가지를 생략하여 특별한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연주자는 작곡가가 악보에 처방한 액센트들을 때로는 강직하게 지키고, 때로는 적절한 해석을 입혀 자신만의 음악적 억양을 나타냄으로 시간의 캔버스에 소리의 그림을 그려낸다.

이제부터 음악을 감상할 때 이러한 세 가지 액센트의 개념을 적용하고 들으면 음악이 더욱 흥미로워지지 않을까? 말이 노래화되어 시가 되고, 소리가 고저장단, 강약의 옷을 입어 음악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액센트이다.

양승열 음악연주학 박사, 열정악단 대표 겸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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