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국가의 힘이다. 특히 한국 역사에서 그 사실은 더더욱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외세의 침략에 국가지도층이 항복하거나 국민보다 먼저 피난 가기 일쑤였으나 민중들의 저항과 희생으로 지켜온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다. 국민들이 보여주는 민주적(民主的) 주인의식의 발동이 국가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근간이며 추동력임을 정치권은 깨달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총체적 난국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이 위기극복의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2017년 촛불의 힘이 국내적 위기상황 타개의 동력을 제공한 것이라면, 현재 NO 제팬 운동은 외세의 압력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정부에 부여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위기극복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함에 있어서 국내적 혼란을 최소화하고, 외세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으며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당당하고 호기롭게 임해야 한다. 국가위기 상황에서 외세에 의존했던 정치지도자들은 모두 몰락했다는 세계사적 교훈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제정치적으로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erism)와 미ㆍ중 간 패권전쟁이 우리나라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는 환경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이 경제영역을 넘어 군사적 문제로 전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우리나라의 동맹국이자 우방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이 전적으로 우리나라를 위한 국제정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INF 탈퇴 선언과 아시아지역 중거리미사일 등 전략무기 배치에 대한 발표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을 자극하고 동북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위험을 배가시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내외적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의 행동은 한미동맹에 의한 한국의 입장은 나중 문제이며, 자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경제와 군사적 안보를 분리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외교정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적 수준의 패권경쟁 중이라면, 일본은 동북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한민국에 대한 수출규제 전략을 첫 단계로 삼고 있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경제를 견제하거나 역사적 부채관계로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근본적으로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나, 일본의 입장에서는 표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패일 수 있다.

정부가 일본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국민들의 NO 제팬 운동은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지지효과를 가진다. 1965년 한일협정과 박근혜 정부 시기의 위안부합의는 국민감정에 비추어서도, 국제법적으로도 미완의 조치임에 분명하고 최대한 빨리 마무리 되어야 할 역사적 과제이다.

최근 대법원이 일본 전범기업들에게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배상결정 판결에는 ‘국가 간 합의로 개인의 권리를 소멸할 수 없다’는 국제법적 논리가 적용된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이를 핑계삼아 한국에 대한 경제적ㆍ정치적 굴복을 요구하고 있다. 그 다음이 동북아시아 지역과 아시아 지역에서의 맹주가 되고자 하는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임진왜란과 태평양전쟁의 시작을 연상케 하고 있다. 순간적인 경제적 손실과 손해를 피하기 위해 영원히 불완전한 한일관계를 선택하고,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이 일본의 야욕을 묵인하는 것은 이제 그만 해야 할 때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극단적 대립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치권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진영논리와 편가르기를 노골적으로 선동하고 있다. 이는 이미 오래된 현상이다. 정쟁은 있을 수밖에 없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적 상황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정치세력들의 권력투쟁이라고 볼 수 없고, 상대 진영을 부정하고 배제하기 위한 전쟁이며, 국민들과 국익은 안중에도 없다. 제발 각 정당들과 정치권이 빨리 정신차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외세의 위협이 대두될 때 국내적 문제에 대한 정쟁을 삼가고 국익을 위해 함께 대처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들의 추동력이 더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정치인들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다.

류홍채 정치학박사 /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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