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그 해 6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
4강 진출을 놓고 맞붙은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에도 승부가 나지 않았고, 양 팀은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승부차기 3대3 순간. 한국의 이운재 골키퍼가 골대 앞에 섰고, 스페인 4번째 키커 호야킨의 발끝을 떠난 공은 그대로 이운재 선수에 막혔다.
‘무적함대’라 불리는 스페인을 침몰시키고, 대한민국을 사상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순간이었다.
그 역사적 순간 그라운드의 주인공이 바로 이운재 선수였다.
2002월드컵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며 ‘거미손’으로 불렸던 이운재 선수. 골키퍼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야신상’ 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이운재 선수를 지난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났다.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다. 어떻게 지냈나.
“2002년 월드컵을 마무리 하고서도 국민들께서 많이 응원해줘서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할 수 있었다. 4차례 월드컵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는데, 선수로서 정말 최고의 시간이었다. 남아공월드컵 이후 수원블루윙스 축구단과 전남드래곤즈 축구단에서 프로선수로 뛰었고, 2012년 은퇴했다. 현재는 지도자 생활을 위한 준비와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수원하고 인연이 깊은데.
“사실 충북 청주가 고향이지만, 수원은 제2의 고향이라 할 수 있다. 1996년 수원삼성블루윙즈 프로축구단 창단멤버로 입단해서 역대 주장도 했고, 레전드 호칭까지 받았다. 수원삼성에서 뛰는 동안 K리그 4회 우승도 했고, FA컵 3회 우승을 할 수 있었다. 특히 K리그 매 우승 순간마다 그라운드에 있었다는 부분은 선수로서 큰 영광이다. 감개무량하다.”
“수원은 나에게 있어 아주 인연이 깊은 도시다. 현재 주소지는 용인으로 돼 있지만, 실제 생활은 모두 수원에서 하고 있다. 아이들부터 와이프까지, 그리고 지인들과의 만남도 모두 수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근 U-20 국가대표 후배들이 FIFA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느낌이 남다를 것 같은데.
“선배로서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감독님이하 모든 선수들이 많은 노력과 땀을 흘렸기 때문에 그 만한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성과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훈련을 했는지 잘 알기에 더 피부로 와 닿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선수들이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U-20 월드컵은 끝났다. 이제 끝난 것은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추억으로 간직해야 한다.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하는데 있어 더 높은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U-20 월드컵 준우승이라는 값진 경험을 토대로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훈련해야 한다.”

-이운재 선수에게 축구란.
“한 번도 축구와 떨어진 삶을 상상해보지 않았다. 축구는 나에게 있어 ‘삶’ 자체다. 축구가 없었다면 이운재는 없었다. 또 나의 가족, 가정도 없었을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프로까지. 거기에 국가대표까지 할 수 있었으니 어떻게 축구 없이 나의 인생을 얘기할 수 있겠나.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축구와 함께 할 생각이다. 축구는 나의 삶이자, 전부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축구발전을 위한 견해가 있다면.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것은 실제 엄청난 것이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지난해 러시아월드컵까지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은 세계 6번째다. 그 만큼 발전했고, 잘하고 있다는 생각한다. ‘2002월드컵 4강’과 ‘2010남아공월드컵 첫 원정 16강’의 성적이 한국 축구가 성장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각 구단의 행정과 마케팅, 선수 등이 톱니바퀴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실력 좋은 선수만 있어서도 안 되고, 마케팅만이 중요시 되도 안 된다. 선수는 선수대로, 구단은 구단대로, 대한축구협회 등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충실해야 한다. 여기에 축구팬들의 수준 높은 관중의식과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 등이 맞물린다면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방송진출 계획이 있는지.
“안정환 선수가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 맹활약 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이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한 일부분이라 생각한다. 저 또한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이기도 하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해보고 싶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선수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매 순간이 기억에 남아 있지만, 그래도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함께 고생하고, 함께 땀을 흘렸던 동료들과 그라운드에서 뛰었기에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을 때가 가장 최고의 순간이 아니까 싶다.”

-골프실력이 상당하다고 들었다.
“축구 다음으로 좋아하는 운동이 골프다. 많은 사람들과 유대관계, 친목관계를 위해 하고 있다. 필드에 나가 라운딩하면서 여러 얘기를 나눌 수 있고, 탁 트인 환경과 초록빛 풍경을 보면 안정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전문적으로 골프에 집중할 계획은 없다.”

-가족들에게 한 마디.
“공인이다 보니 여러 부분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항상 실력이 좋을 수만은 없는데, 그럴 때 나로 인해 가족들까지 아픔을 겪어야 할 때는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 부분까지도 안고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맡은바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생활해주는 가족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대한민국 축구와 함께 할 것이다. 지도자로서 선수 양성에 다시 한 번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 현재 여러 상황을 고려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앞으로 ‘이운재의 축구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지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취재=정재수기자/ 사진=김영운기자/

[Story] 이운재 선수 프로필
생년월일 : 1973년 4월26일
출신학교 : 청남초등학교, 대성중학교, 청주대성고등학교, 경희대학교

<프로 입단>
수원 삼성 블루윙즈
상무 (군복무)
전남 드래곤즈

<지도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U-23 골키퍼 코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코치
수원 삼성 블루윙즈 골키퍼 코치

<국가대표>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국가대표
1994 FIFA 미국월드컵 국가대표
2000 AFC 레바논 아시안컵 국가대표
2001 FIFA 한일 컨페더레이션스컵 국가대표
2002 FIFA 한일월드컵 국가대표
2002 부산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
2003 동아시아 축구 선수권 국가대표
2004 AFC 중국 아시안컵 국가대표
2005 동아시아 축구 선수권 국가대표
2006 FIFA 독일월드컵 국가대표
2007 AFC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아시안컵 국가대표
2010 동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 국가대표
2010 FIFA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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