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 민족 최대 명절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추석을 일컫는 '한가위'는 한해동안 키운 오곡과 온갖 음식을 정성스레 마련해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며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데서 유래했다. 

추석날이면, 온가족이 한데 모여 조상의 신주나 지방 및 사진을 모시고 제사를 지낸다. 

매년 쉽지 않은 차례상,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 

조선 초기 율곡 이이의 저서 격몽요결 제찬도(栗谷 擊蒙要訣 祭饌圖)에 따라 예를 들어본다. 

 

▶차례상 의미 및 유래

차례는 조상에게 달과 계절, 해가 바뀌었음을 알리면서 음식을 올리는 의례다. 차례의 유래는 차를 올리는 중국의 제사형식에서 유래했지만 국내에서는 차를 올리지 않고 예식을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 송나라 주자가 가정에서 지켜야 할 예의 범절에 관해 저술해, 조선 사대부들에게 예서의 기초가 됐던 '주자가례'에는 정월 보름에 술을 쓰지 않고 차만을 올리는 예식이 전해진다. 이후 이를 '차례'라고 명명했다는 기록 또한 남아있다. 이이의 '격몽요결'에도 제사상에 차를 올렸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다른 문헌에도 매월 초하루 및 보름, 명절에 술 한 잔 혹은 차를 올렸다는 내용이 종종 보인다. 차 하나로 출발한 차례상이 조선시대에 이르면서 몇 가지 음식과 술이 함께 올라가는 모습으로 변화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차례상 음식의 유래 

명절 차례 상에 올리는 필수 과일로는 대추, 밤, 배, 감이 있다. 해석에 따라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만 네가지 과일이 차례상에 필수로 올라가는 이유를 보편화된  시각에 맞춰 풀어본다. 대추는 꽃을 피운대로 열매를 맺는 과일이기 때문에 헛꽃이 피지 않는다. 대추는 보통 나뭇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열매가 주렁주렁 맺히므로, 이를 닮아 후손들의 번성을 기원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밤은 씨앗을 맺어야 밤의 껍데기가 썩게 되므로, 조상의 덕이 후손들을 보호한다는 뜻을 지녔다. 배는 마치 흙과 같은 단조로운 누런 빛을 띈다. 후손들에게 흙과 같은 존재가 곧 조상이니, 배는 조상을 뜻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감은 감의 씨앗을 심으면 감나무가 아닌, 고욤나무가 자라는데 의미가 있다. 고욤나무가 자라면 기존의 감나무를 잘라서 고욤나무에 이어 붙여야 하므로, 감나무는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모두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침과 배움이 필요하다는 뜻이 담겼다. 추석 단골 메뉴인 삼색나물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삼색나물은 흰색으로는 도라지, 무나물과 갈색의 고나리, 푸른색의 잎채소로 구성된다. 뿌리채소인 도라지는 조상, 줄기채소인 고사리는 부모님을 의미한다. 푸른색 잎채소는 번창한 후손, 즉 우리세대를 의미한다. 한 접시에 담긴 삼색나물은 조상과 부모, 후손이 오손도손 한데 모여있는 모습을 상징한다. 차례상에 오르는 굴비는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귀한 음식으로 손꼽혀왔다. 한자로 굽힐 굴(屈), 아닐 비(非)에서 유래돼 굽히지 않는다는 뜻을 지녔으며, 조상에게 올리는 선물의 의미가 담겨있다. 

 

▶차례상 위치

제사상은 신위가 있는 쪽을 북쪽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제주가 있는 쪽이 남쪽이고, 제주가 바라볼 때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이 된다. 상은 5열로 차리게 된다. 신위가 있는 쪽을 1열로 보면 1열에는 식사류인 밥, 국 등이 오른다. 2열은 제사상의 주요리가 되는 구이, 전 등이 오르며 3열에는 그 다음될 만한 부요리인 탕 등이 올라간다. 4열에는 나물, 김치, 포 등 밑반찬류, 5열에는 과일과 과자 등 후식에 해당하는 것들이 차려진다. 

 

1열

시접, 잔반(술잔, 받침대)을 놓고 떡국을 올림

 

2열 

어동육서 

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두동미서 

생선의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

 

3열

생선, 두부, 고기탕 등의 탕류를 놓음

 

4열 

좌포우혜 

좌측 끝에는 포, 우측 끝에는 식혜

 

5열 

조율이시 

왼쪽부터 대추, 밤, 배, 곶감 순서

홍동백서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차례상 준비 시 유의할 점

복숭아와 삼치, 갈치, 꽁치 등 끝에 '치'자가 들어간 것은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고추가루와 마늘 양념을 쓰지 않으며, 붉은 팥을 대신해 흰 고물을 사용한다.

복숭아의 경우 복숭아가 귀신을 쫒는 힘이 있다는 점 때문에 제사상에 올리면 안된다는 설이 있다.

제사때 조상들이 복숭아 나무가 무서워 음식을 맛볼 수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소금도 올리지 않는다. 소금이 귀신을 쫒는다는 생각에서다.

팥 역시 귀신을 쫒는데 많이 쓰였다는 점에서 제삿상에 올리지 말아야할 곡물이다.

마늘과 고추 등의 향신료나 나물은 그 반대의 이유다.

종교적 차원에서 마늘은 음욕을 상징한다. 단군신화에서 보이듯 마늘은 곰을 사람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약초로 여겨져 왔다.  종교에서는 마늘을 먹으면 정력이 강해진다고 보며 이때문에 음욕을 차단하고 신성한 마음 가짐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마늘 등 향신료를 올리지 않는다.

끝에 '치'가 들어가는 생선은 예로 부터 천한 물고기라 생각해 제삿상에 올리지 않았다. 또 장어 메기 가물치 등 비늘 없는 물고기들은 부정한 물고기로 본다.

재밌는 것은 '참치'에 대한 설이다. 참치는 원래 '참다랑어'로 불린다. 지금은 아주 귀한 물고기로 취급하고 있다. 이때문에 참치를 올려도 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기도 하다.

제사에 올려야 하는 술은 순수한 쌀로 빚은 곡주이며 동시에 발효주여야 한다.

탁한술, 예를 들어 막걸리나 와인, 과일주 등은 예를 어긴다고 여겨진다.

 

이시은기자/08see@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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