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렸다. 두 다리를 잃고 남은 건 명예뿐인데 그 명예를 지켜달라는 내용이다. 지난 달 보훈처가 하 중사의 국가유공자 판정과 관련해 적과의 교전 등으로 입은 부상 즉 전상(戰傷)이 아니라 근무 중 다쳤다는 의미의 공상(公傷)으로 판정한 것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다. 이미 알다시피 당시 수색작전 중이던 21살의 젊은 군인은 북한의 목함지뢰로 인해 두 다리를 잃고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하지만 자신의 희생과 헌신이 국가를 위한 것이라는 명예와 자부심으로 난관을 이겨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국가로부터 이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 섭섭함과 억울함이 얼마나 클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오죽했으면 두 다리를 잃고 명예까지 잃었다며 군대 간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을까. 목함지뢰 도발 사건이 발생하고 무려 21차례 수술과 1년 넘는 병원 생활 속에서도 항상 의연한 모습을 보였던 하 중사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그가 지금 느끼는 감정에 공감할 것이다. 지난 1월 전역한 뒤 장애인 조정 선수로 새 삶을 시작하는 모습이 조명되었을 때도 많은 국민들이 격려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하 중사의 용기의 근거는 바로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는 명예와 자부심인데 국가가 격려하고 드높이기는커녕 이를 꺾는다는 것은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하 중사의 이의신청에 보훈처의 성의 없는 답변도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던 것 같다. 교전이 없었기 때문에 전상군경이 아닌 공상군경이라고 하면서 별 차이 없이 5만 원 정도 차이 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두 다리에 의족을 낀 채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하중사에게 전상군경의 명예가 얼마나 소중한 삶의 가치인가를 잊어선 안 될 것이다.

게다가 육군에서 전역할 때 전투영웅으로 칭송하며 전상 판정을 내렸던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하 중사의 공상 판정에 대해 관련 법조문을 탄력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라고 한 점도 적극 참고해야 할 것이다. 보훈심사위는 명확한 조항이 없어 공상으로 판정했지만 하 중사의 이의신청에 다시 심도 깊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명예를 지켜달라는 하 중사의 간절한 호소를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가를 위해 자신을 바친 영웅에게 국가가 그 명예를 지켜주지 못한다면 어떤 국민이 나라의 위태로움 앞에 견위수명(見危授命)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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