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골드워터(Barry M. Goldwater)’가 쓴 『보수주의자의 양심(원제: The Conscience of a Conservative)』이 국내에서 번역?출간되었다. 1964년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나와 참담한 패배를 겪었지만, 배리 골드워터의 원칙과 신념, 그리고 그가 남긴 메시지는 보수주의의 양심과 혼을 일깨웠다는 평을 듣는다.

배리 골드워터는 ‘평등’과 ‘공정’이라는 명분으로 국가가 무분별하게 시장(市場)에 개입하면, 자연히 국가권력이 비대해지면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고, 국민은 의존적인 인간으로 타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금과 자유의 상충관계를 이해했고, 과도한 세금이 낳는 비효율성을 경고했다. 결코 인기를 끌만한 주장은 아니었지만, 이성적이고 양심적인 그의 메시지에 많은 국민이 귀를 기울였다. 대통령 선거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배리 골드워터가 18년 동안 상원의원을 지내며 정치 행보를 이어나갈 수 있었고, 그의 정치적 신념을 계승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1981~1989)을 탄생시킨 배경이다. 배리 골드워터의 낙선 후 분열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공화당은 보수주의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하게 다졌던 것이다.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손상시킨다’는 배리 골드워터의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 오늘날 자유의 개념에서 ‘재산권’이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근대시민혁명 당시 ‘재산권’은 이미 ‘신체의 자유’와 함께 가장 중요한 시민의 권리로 자리매김했다. 위법한 범죄에 연루되어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하지 않는 한, 자유의 핵심은 바로 재산권이다. 프랑스혁명 당시 공표된 <인간과 시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은 제2조에서 자유권, 신체의 자유와 함께 재산권을 기재하고 있다. 재산권은 제3조의 국민주권주의보다도 앞서서 거론된 가치였다. 과도한 세금과 수탈이 시민의 봉기를 이끌어낸 주된 요인이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독립혁명의 시발점인 ‘보스턴차(茶) 사건’도 과세로 인한 재산권 침해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그 만큼 재산권은 중요한 자유권적 가치였다.

재산처분의 자유는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책임지는 “자유로운 삶”의 토대가 된다. 조금 풀어서 이해해보자. 개인은 재산(‘돈’)을 매개하여 유한한 자원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선택권을 행사한다. 여행, 학습, 외식, 도서와 의류 구매, 커피 한잔 등 소비를 선택할 수 있고, 저축과 사업 투자, 자식 교육 등 미래를 대비하는 선택을 하거나, 효도와 기부(寄附)라는 차원 높은 가치를 소비할 수도 있다. ‘자기결정에 의한 자기구속’을 본질로 하는 “계약” 역시 재산권 처분의 자유를 내재한다. ‘계약(약속)’의 자유는 행복추구권의 내용이자, 재산권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국가는 복지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면서 복지 수요마저 앞장서서 창출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연간 500조 원의 예산을 운용하고, 국민연금 기금은 600조 원이 넘어섰으며 무려 2,000조 원까지 적립될 것으로 예상한다. 민주시민이라면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으로부터 국가가 강제적으로 거둬들이는 ‘세금’과 ‘연금(준조세)’이 단순히 공적자금의 조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세금 부담이 가벼워지면 개인은 그 만큼 소비를 늘릴 수 있고, 기업은 투자 혹은 고용을 증가시킬 여력이 생겨난다. 그로써 개인은 자신과 가족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고, 기업의 직원들은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고, 기업은 투자 여력을 높일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세금 부담이 조금만 늘어도 국민은 외식을 줄이고 각종 취미활동을 줄이게 되는데, 이는 관련 사업자들의 경제 활동을 어렵게 한다. 정부가 기업과 가계로부터 돈을 거둬들여서 각종 복지정책으로 돈을 푼다고 하지만, 시장(市場)보다 비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하지 않다. 정부에 의존하는 국민이 많아지는 일은 인간의 존엄과 자유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도 없다.

우리는 정부가 최근 매년 50조씩 늘려가는 연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능력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져야 한다. 국민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이기도 하지만, 정부는 자신이 직접 피땀 흘리지 않고서 거둬들인 돈을 쓰는 타인(他人)이며, ‘기업’과 ‘가계’와 달리 결정과 책임이 분리된 경제 주체이기 때문이다. 가령 500조원의 예산 중 1퍼센트만 새어 나가거나 낭비되어도 연 5조원의 돈이다. 그 만큼의 세금을 감면한다면 개인이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수십만 원씩을 더 소비하거나 미래를 위해 저축할 수 있게 되므로,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행복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설대석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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