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범죄 사상 최악의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끝이 보이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사람을 특정했는데 20년 넘게 부산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알다시피 화성 사건은 지난 1986년 9월 태안읍 안녕리 목초지에서부터 인근 농수로 혹은 축대와 야산 등지에서 무려 10차 사건의 처참한 현장으로 국민들 가슴에 응어리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범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고 결국 처제 살인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용의자가 부산교도소에서 1급 모범수 생활을 하고 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해결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제는 용의자가 오래전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되면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데 사건 공소시효가 만료돼 진정한 처벌을 못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소시효의 만료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많았다. 그동안 국내에서 이러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같은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늘리거나 없애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주된 이유다. 결국에는 지난 2007년 12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종전 최장 15년에서 25년으로 확대했고 2015년 7월에는 다시 형사소송법인 일명 태완이법이 개정되면서 살인죄 공소시효가 완전히 폐지된 것을 기억한다. 그럼에도 1급 모범수인 용의자가 무기징역이 아닌 일반 수용자였다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란 후문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시사케 하고 있다.

물론 지금 용의자는 DNA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3차례 사건의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지만 경찰 1차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DNA 분석 기법을 통해 10차례 사건 가운데 3차례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조만간 이 모든 사건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찰 역시 용의자가 당시 수사 선상에 올랐던 인물인지, 현재 어떤 범죄를 저질러 수감 중인지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는 이유로 즉각적인 답변을 거부하고 있지만 빠른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엽기적이고 미스터리한 사건은 비단 화성 사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실종되고 있거나 차마 표현하기도 힘든 수법으로 살해되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당시에도 피해 여성들의 잇따른 실종과 사체 발견 자체에도 충격은 컸다. 하지만 모두를 더욱 충격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이유는 다른 강력 살인사건에서는 좀처럼 목격되지 않았던 잔인한 범행 수법과 경찰의 수사망을 비웃듯 화성을 중심으로 되풀이 된 살인패턴에서다. 교살과 액살과 신체 훼손도 서슴지 않아서다. 모방 범죄도 있었다. 과학적인 수사로 빠른 결과가 나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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