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친환경 농법으로 알려진 오리와 우렁이 농법이 전국적인 조류인플루엔자(AI)의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당연히 이를 사용하던 양곡농가까지 농법을 전환하는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려했던 이러한 소식을 대하면서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양곡농가의 현실에 빠른 대체 농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오리 농법의 경우 습지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이용해 생태계 보전과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제초제와 화학비료 사용을 줄여 친환경 쌀 재배를 위해 고안된 농법으로 적지 않은 농가에서 이를 이용해 왔다.
이렇게 우렁이 농법이 그동안 유행해 온 이유는 김매기 효과를 함께 거둘 수 있어 노동력 절감은 물론 물에 잠긴 벼 잎이나 볏 대의 밑 부분을 갉아먹어 벼를 청소해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벼농사의 고질병인 잎집무늬마름병 등의 예방에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어 이래저래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오리농법이 AI 후 폭풍으로 점차 없어지면서 대안으로 떠오른 우렁이 농법도 환경부가 최근 ‘법정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을 추진해 퇴출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농진청이나 전문 농업연구기관에서 이른 시일 내에 대안을 내놔야 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농림수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등이 친환경농업육성 차원에서 우렁이 농법을 적극 사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계속되는 논란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환경부는 내부검토 작업을 마친 후 오는 7월께 관련 기관·단체 회의를 거쳐 8월 정도에 지정 여부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 시기면 모내기 작업이 거의 끝나가 이렇게 시간을 질질 끌 여유가 없다. 환경부나 농진청에서 정확하고 실용적인 발표를 통해 농법에 관한 혼선을 줄여야 한다.
앞서 지적한 오리농법과 우렁이 농법은 그 시초가 안전한 먹거리의 지속적인 생산·공급이 요구되면서다. 그러다 연구기관의 체계적인 시험연구를 통해 농가에 점차 확대 보급돼 지금까지 왔는데 이렇게 AI의 된서리를 맞으며 순식간에 없던 일로 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나 AI의 계속된 확산과 자칫 정착으로까지 발전된다면 빨리 이를 정리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어찌됐든 우선 우렁이 농법에 관한 왕우렁이의 사례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왕우렁이가 생태계 교란 종으로 지정되면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지자체, 농협의 권고로 우렁이 농법으로 전환한 농가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지만 커다란 숲을 보는 마음으로 결단을 내려 대체 농법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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