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교향곡’은 베토벤의 제6번 교향곡으로 널리 알려진 반면, 앙드레 지드의 소설로도 유명합니다.

고전 음악의 최대의 완성자인 동시에 낭만음악의 위대한 선구자 악성(樂聖)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은 베토벤 스스로 ‘전원에서의 즐거움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환기시키는 여러가지의 감정의 표현이며, 그에 곁들여서 몇가지의 기분을 그린 것이다’라고 했듯이 음악을 들으면 인간의 모든 괴로움을 잊고 자연에 대한 사랑과 기쁨을 머릿속에 그려가면서 들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베토벤 교향곡 제 6번 ‘전원’을 스스로 제 1악장은 ‘시골에 도착하였을 때의 유쾌한 감정’이라고 했고 제 2악장은 ‘냇가의 정경’, 제 3악장은 ‘농부들의 즐거운 모임’, 제 4악장은 ‘천둥, 폭풍우’, 제 5악장은’ 목동의 노래, 폭풍우 뒤의 기쁨과 감사의 기분’ 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따라서 이 음악을 듣노라면 전원의 밝은 태양과 상쾌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느끼는 기쁨이 있습니다.

그리고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들으며 발이라도 물에 담그고 싶고 시냇물 소리, 새소리 등 자연과 하나가 되는 조화를 느끼게 합니다.

또 자연 속에서 벗어나 농촌의 농부들의 생활모습과 즐거움을 함께 하는 평안함이 듣는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내게 합니다.

그러나 자연은 때로는 두려움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듯이 천둥과 거센 비바람으로 인간을 압도하기도 합니다. 비구름이 멈추고 그러다가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드러나 기쁨의 상승작용을 하게 합니다. 그러면서 감사와 기쁨의 세계에 잠입하게 하여 자연과 인간의 조화 속에 행복감으로 충만하게 하며 저절로 입에서 찬미의 소리가 나오게 하는 작품입니다.

반면, 앙드레 지드의 소설 ‘전원 교향곡’은 ‘제르트 뤼드’라는 투명한 영혼을 가진 눈 먼 소녀가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음악회에서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듣고 황홀경에 빠집니다. 귀로 듣는 행복의 세계에 도취되었습니다. 그래서 자기를 양녀로 삼아 키우는 목사에게 묻습니다. “목사님이 보고 계신 세계는 정말 그렇게 아름답습니까? 냇가의 경치만큼요?” 목사의 대답은 “눈이 보이는 사람들은 너만큼 새들의 노래를 잘 듣지 못한단다.”라고 말해줍니다.

눈 먼 소녀 제르트 뤼드는 할머니와 살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목사가 양녀로 삼아 자기 집으로 데려다 키웁니다. 제르트 뤼드는 목사의 돌봄으로 잘 자라서 눈은 멀었지만 아름다운 숙녀가 되었습니다.

아내가 있고 아들이 있는 목사는 언제부터인가 아름답게 자란 제르트 뤼드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고 목사의 아들도 제르트 뤼드를 사랑합니다. 가정이 서서히 갈등의 늪으로 빠져들게 되고 아들은 아버지를 이기기 위해 기독교를 배교하여 천주교 신부가 됩니다.

목사의 감화에 의해 인생은 오직 선과 아름다움이라고만 생각하는 제르트 뤼드는 개안(開眼)수술을 받게 됩니다.

개안 수술을 하여 앞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르트 뤼드는 집안의 갈등이 모두 자기 자신으로 인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눈에 비친 세상은 눈 먼 상태에서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들으면서 상상했던 아름다운 세계가 아니라 추악한 세상이었습니다. 자기를 딸처럼 데려다 키운 목사의 얼굴에는 중년 사나이의 추악한 색욕(色慾)으로 고뇌하는 모습이 보였고, 어머니 같던 그 부인 에밀리의 얼굴에는 집안 살림에서 오는 고생과 남편에 대한 분노, 질투, 경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또 목사의 아들 자크가 신부가 된 것도 자기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눈 뜨고 보는 세상에서 아름다움의 환희보다 실망과 좌절 죄책감이 그녀를 짓누릅니다. 반면에 목사는 ‘그녀는 시력이 회복된다는데 나는 눈이 멀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라고 고백합니다.

결국 목사와 가정을 파괴했다는 죄의식으로 인해 제르트 뤼드는 투신 자살을 합니다.

모든 국민이 행복을 구가하는 이상국이 있을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세월이 지나면 좀 더 나아질 것 같은 희망과 기대가 있어 어려움을 극복하며 사는데 요즈음의 세상은 하나가 되는 길을 가지 않고 사분오열 찢어지고 나뉘어지고 공격하고 핏대를 세우며 지성의 대화는 들리지 않고 막말로 도배를 하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사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눈 뜨고 귀 열고 사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아 보이는 세상에 지드의 전원 교향곡이 주는 교훈이 메아리져 가고 있습니다.

유화웅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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