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광산김씨 시조 김흥광단
담양 광산김씨 시조 김흥광단

광산김씨 시조 김흥광의 단(壇)은 전남 담양군 대전면 평장리 204-1(평장동길 74)에 있다. 이곳을 단이라고 한 것은 묘가 실전(失傳)되었기 때문이다. 시신이 있는 무덤은 묘, 없는 무덤은 단이라고 한다. 후손들은 시조가 자리를 잡고 살았던 곳에 단을 세우고 참배를 해왔다. 현재는 단 자리에 사당인 평장사(平章祠)가 있다.

김흥광은 신라의 왕자로 알려졌으나 어느 왕의 아들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처음은 제49대 헌강왕의 셋째 아들로 알려졌다. 그러나 헌강왕은 아들이 하나뿐이었다는 기록이 나오자, 제45대 신무왕의 아들이라고 했다가 지금은 아예 상계를 생략하고, 김알지의 후예로 신라의 왕자라고만 족보에 적고 있다. 김흥광은 민란이 일어나고 각 지방 호족들이 세력을 키우자 신라가 망할 것을 예견하였다. 신라가 망하면 왕족들에게 화가 미칠 것을 우려한 그는 가족을 이끌고 경주를 떠나 무진주 광산현 서일동(지금의 담양군 대전면 평장리)에 은거하였다.

그의 예견대로 신라는 제56대 경순왕이 고려에 항복함으로써 망하고 말았다. 당시 김흥광의 손자 길은 고려 창업에 공을 세워 개국공신에 올랐다. 이러한 연유로 태조 왕건은 길의 조부 김흥광을 광산부원군에 봉하였다. 이후 후손들이 광산을 본관으로 삼아 세계를 이어오고 있다. 서일동을 평장동으로 불리는 것은 후손들 중 8명의 평장사(정2품)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담양 광산김씨 시조 김흥광 단 산세
담양 광산김씨 시조 김흥광 단 산세

이곳의 산세는 호남정맥이 지나는 순창군 복흥면 금방동에서 비롯된다. 황앵탁목혈로 유명한 노사 기정진 조모 묘가 있는 봉우리에서 담양군 월산면 도마산(445.9m)을 지나 용구산(726.1m)과 옥녀봉, 병풍산(826.4m), 병장산(687.4m)을 세운다. 그리고 불태산(635.9m)과 봉형산, 철마봉를 거쳐 광주 송정동까지 이어져가는 큰 산줄기다.

풍수에서는 산맥을 크게 대간룡, 소간룡, 대지룡, 소지룡으로 분류한다. 대간룡은 도나 광역, 소간룡은 시군, 대지룡은 읍면, 소지룡은 마을을 가로지르는 산줄기다. 예컨대 호남정맥을 사이에 두고 북쪽은 전라북도, 남쪽은 전라남도다. 순창 금방동에서 광주 송정동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는 소간룡이다, 이를 사이에 두고 동쪽은 담양군이고 서쪽은 장성군이다. 간룡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 중 큰 것은 대지룡, 작은 것은 소지룡이다. 집이나 묘는 소지룡 자락이 적합하다.

사당 뒤편으로 보이는 바위산은 병장산에서 불태산으로 이어지는 소간룡 줄기다. 산이 높고 바위가 많은 만큼 기가 세고 험하다. 여기서 대전면 들판을 향해 여러 소지룡들이 내려온다. 그 끝자락마다 기가 모여 혈을 맺었다. 대전면에 많은 혈을 맺을 수 있는 것은 큰 산과 큰 들판이 어우러져 크게 판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 기운을 받고 많은 인물들이 배출되었으니 담양을 인물의 고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중 김흥광 단으로 내려오는 소지룡이 단연 으뜸이다.

용의 좋고 나쁨은 산맥의 변화에 있다. 변화의 목적은 험한 기운을 순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뒷산은 바위산으로 험한데 그 아래가 흙산으로 순하면 변화를 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풍수에서는 용이 허물을 벗는다 하여 박환(剝換)이라고 한다. 혈은 박환 된 땅에서 맺는 법이다. 이곳은 박환이 교과서처럼 이루어진 곳으로 맥의 끝자락에 사당이 위치하고 있다.

혈은 둥지처럼 오목하게 생긴 와혈이다. 좌우로는 현릉사가 둘러주고, 청룡과 백호는 겹겹으로 감싸며 기가 새는 것을 막고 있다. 앞으로는 넓은 들판이 평탄하게 펼쳐져 있어 풍요로움을 준다. 들판 가운데로는 영산강 상류인 담양천이 유유하게 흐른다. 그리고 그 너머로는 무등산(1천187m) 서석봉이 정면으로 보인다. 맑은 날 보면 그 위용이 하늘을 찌를 듯이 장엄하여 힘을 느낀다.

이곳의 형국은 봉황귀소형으로 봉황이 둥지로 날아오는 모습이다. 봉황은 무등산으로 날개를 편듯하고, 둥지는 사당이 있는 와혈이다. 그야말로 자손대대로 문무에 걸쳐 인물이 날만한 땅이라 할 수 있다. 광산김씨가 고려와 조선시대는 물론 현재까지도 많은 인물을 배출하고 있는 것은 조상의 음덕 때문일 것이다.

형산 정경연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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