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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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방송되는 KBS1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철공소 골목으로 다시 주목받는 영등포와 문래동 골목을 찾는다.

1899년 영등포역과 경인선이 개통되면서 한때 서울의 교통, 상업, 공업중심지로 이름을 날렸던 영등포는 공장의 기계만큼이나 사람도 많고 이야기도 많았던 도시였지만 거대했던 공장지대가 사라지고 이제 빌딩 숲이 자리해있다.

하지만 영등포와 문래동 골목 곳곳을 들여다보면 아직 옛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영등포와 인연이 있는 김영철은 옛 영등포와 문래동을 회상하고, 달라진 오늘날의 모습을 만나러 떠난다.

김영철은 50년 전 까까머리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다. 배우가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10대의 추억을 떠올리며 모교를 방문한 김영철은 수십년 동안 우뚝 솟아있는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옛 기억을 더듬는다.

모교를 지나 기차역 너머, 영등포 중심을 가로지르는 영중로로 발길을 옮긴다. 포장마차가 일렬로 쭉 들어서 있던 거리. 하지만 현재는 색색별로 거리 가게가 들어선 모습이 눈길을 잡는다.

지난 9월부터 변화한 거리는 상인들에겐 겨울엔 춥지 않고, 장사하기도 편리한 모습으로, 오가는 시민들에겐 조금 더 깔끔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고층 빌딩과 쇼핑단지가 즐비해진 영등포, 김영철은 빌딩 숲 가운데서 보물찾기를 하듯 오래된 건물을 만난다. 1936년 지어진 방직공장 사무동은 오늘날 유일하게 남은 방직공장이다. 김영철은 이곳에 잠시 머물며 가까이 있음에도 미처 보지 못했던 영등포의 오랜 역사를 되짚어 본다.

영등포를 지나 문래동으로 걸음을 옮긴 김영철은 망치, 안전 마스크 등 조형물이 반겨주는 곳을 만난다. 1980년대 청계천 일대에 있던 철공소들이 자리를 옮기면서 만들어진 서울 최대의 철강단지 문래동은 변화된 도심 속 낯선 외딴섬 같은 골목이 됐다.

기계 소리만 있을 것 같은 회색빛의 골목에서 찾는 의외의 소리와 장소들. 김영철은 문래동에서 변화하고 있는 또 다른 풍경과 마주한다.

그는 바로 옆에서 손수 가게를 보수하고 있는 젊은 여목수를 만난다. 일본 방직공장 관사였던 곳을 방앗간으로 사용하고 그 후 철공소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여목수가 운치 있는 카페로 만든 공간.

역사의 흔적이 가득한 이곳은 여목수가 문 닫는 철공소에서 버려진 제품들을 가져와 직접 소품으로 재창조하며 이색적인 공간으로 가꾸고 있다. 문래동의 과거 모습을 간직하며 본인의 방식으로 지켜나가고자 하는 여목수의 사연을 만나본다.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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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공소 골목을 걷던 김영철은 사람 얼굴 모양의 나무판들을 발견한다. ‘얼굴 문패’를 만든 주인공은 6년 전 자리 잡은 문래동에서 주민들의 배려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어 문패를 만들기 시작했고 한다.

철공소 간판들이 빼곡한 골목에서 ‘방치탕’을 파는 생소한 음식점이 김영철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 엉덩이뼈를 탕으로 끓여낸 것이다. 스무 살에 상경해 가게를 물려받았다는 주인장. 어느덧 이 자리에서만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랜 세월 고집스럽게 이어온 주인장의 손맛을 이제 아들이 지켜 가려 20년 전부터 일을 돕고 있다. 철공소 골목 안에서 대를 이어 진한 맛을 지켜가는 방치탕 모자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철공소를 지켜가는 토박이들과 문래동의 개성을 지키며 새로이 변화를 시작한 예술인들이 공존하는 곳. 문래동, 영등포동의 이야기를 담은 ‘동네 한 바퀴’는 이날 저녁 7시 10분 방송된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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