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던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한일전에서 욱일기와 욱일기 티셔츠를 입은 관중이 중계화면에 잡히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KBO가 WBSC에 즉각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WBSC는 욱일기가 IOC에서 금지하지 않은 사항이어서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KBO의 거듭된 문제 제기에 WBSC는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영상이 나가지 않도록 일본야구기구(NPB)와 방송사 측에 최대한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답변했다. 일본 측에 협조 요청이란 말 뿐 금지시킬 강력한 의지가 없는 태도다.

욱일기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버젓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IOC에서 욱일기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본은 외무성 홈페이지에 욱일기 홍보를 게재했다. 욱일기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일본어, 영어 외에 한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게재한 것이다. 이미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욱일기를 반입 금지품으로 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IOC를 등에 없고 보란 듯이 욱일기를 전 세계에 홍보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가 적극 나서고 있다. 욱일기 사용 금지를 재촉구하는 동영상을 배포한 것이다. 동영상에서 욱일기가 아시아인들에게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와 같은 맥락으로 인식되고 있는 사실을 강조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앞세우고 아시아 곳곳을 유린했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피해도 모두 그로 인한 것이며, 지금도 여전히 아픔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아시아인들에게 비쳐지는 욱일기는 일본의 상징이 아니라 지울 수 없는 커다란 상처인 것이다.

종전 이후 독일과 일본은 이 군국주의 깃발에 대해 너무나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하켄크로이츠 문양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이 문양을 그린 물건을 제조‧보관‧반입하면 법적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자국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에서 나온 행동이다. 부끄러움도 없이 군국주의 상징을 홍보하는 일본과는 그 자세부터가 다른 것이다. 욱일기 허용 여부는 내년 도쿄올림픽의 큰 관건이 될 것 같다. 만약 IOC가 이를 용납한다면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기본 정신과 선례가 깨질 것이다. IOC가 우리나라나 아시아 각국의 국민들에게 욱일기가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허용 불가를 일본에 통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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