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호 형!", "재인이 형!" 문재인 대통령은 송철호 울산시장에게 형이라고 했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문 대통령을 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을 위해 청와대와 권력은 무슨 일을 꾸몄던 것일까?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내세우는 문재인 정권의 표리부동과 이중성은 ‘조국 사태’ 때 잘 드러났지만 두 사람 관련 사건은 죄질이 훨씬 나빠 보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송 시장에 집중되는 의혹의 핵심은 청와대와 권력의 선거공작으로 당선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가 작년 6월 지방선거에서 초반 열세를 뒤집고 승리한 것은 당시 시장이던 한국당 김기현 후보 측에 대한 경찰의 집중 수사 덕분이다. 경찰은 김 시장이 한국당 공천장을 받던 날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했다. 그리고 선거 기간 내내 측근들을 소환하고 혐의를 흘리면서 김 시장을 괴롭혔다. 그 바람에 선거 분위기는 바뀌었고, "내 소망은 송철호 당선"(2014년)이라고 한 대통령의 꿈은 이뤄졌다. 선거 후 김 후보 측엔 무혐의 판정이 내려졌다. 검찰은 김 후보 측 불기소 결정문에 무리한 경찰 수사의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여당 후보로 내년 총선에 나가려고 준비를 해 왔다. 그러니 "수사의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배후? 청와대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단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청와대 백원우 민정비서관(현 민주당 부설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황운하 청장이 울산으로 부임한 뒤 김 후보 측 관련 첩보를 경찰에 넘겼다. 청와대는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선 감찰할 수 없다. 첩보가 있어도 무시하는 게 옳다. 그런데도 첩보를 넘겼다면 의도적이라고 봐야 한다. 공문 기록도 남기지 않고 첩보를 줬으니 수상하지 않은가.

청와대는 선거 전에 경찰 수사상황을 여러 차례 보고 받았다. 김기현 후보 측 압수수색에 관한 것도 보고 받았다. 선거 전 울산에 ‘백원우 별동대’로 불리던 감찰반원들도 파견했다. ‘울산 검·경의 고래 고기 싸움 때문’에 사람을 보냈다는 청와대 설명은 의혹을 증폭시킬 뿐이다. 고래 고기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갔다던 청와대 감찰반원 중 한 명은 목숨을 끊었다. 청와대 주장대로 고래 고기 관련이었다면 감찰반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유재수 전 부시장은 2017년 말 자신의 비위의혹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당시 수석은 조국) 감찰 중단으로 형사처벌 위기를 넘겼다. 이후 그는 금융위원회 국장에서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했다. 그에 대한 감찰이 두 달 가량 진행되자 여러 곳에서 봐 주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조국이 토로하면서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고 한다. 대통령 측근인 청와대 선임행정관 천경득은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에게 "피아(彼我) 구분을 하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 편이니 봐 주라고 한 것이다. 그런 천 행정관과 유 전 부시장, 그리고 다른 실세들은 금융위원회 인사 문제를 의논하고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송 시장과 유 전 부시장은 ‘대통령 찬스’를 썼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대통령이 형이라고 부르는 사람, 대통령을 형이라고 한 사람이 아니라면 얻을 수 없는 혜택과 특권을 누린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두 사람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 불만을 나타내며 보호막을 치는 것도 ‘대통령 찬스’가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순실도 ‘대통령 찬스’를 썼다. 그걸 덮으려다 전 정권이 망했는데도 현 정권이 교훈을 얻지 못한 듯 그대로 따라 하려 한다.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

이상일 전 국회의원·단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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