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덕 가천누리 대표는 35년을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직에 근무하다 지난 2014년 3월 길병원 행정원장에 취임했다.

이후 2016년 5월 길의료재단의 BRC 대표이사로 부임했고, 2019년 4월 30일까지 근무했다.

한 대표는 길병원 행정원장 시절 ㈜가천누리를 설립해 초대 대표이사에 부임한 후 지금은 전임하고 있다.

한문덕 대표를 만나 가천누리가 어떤 기업인지,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가천누리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저에 대해 먼저 소개하면 1997년 5월 근무하게 된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에서 장애인 관련 업무를 처음 접하게 됐고, 새로 국장급으로 발족된 장애인정책관 밑에서 열심히 장애인업무를 체계화했습니다. 1997년 11월 우리나라가 IMF에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로 그 날 김영삼 대통령에게 ‘장애인 5개년 발전계획’을 수립, 보고하기도 했어요. 가천누리는 전체 사원이 장애인인 사업장으로, EMR(전자의무기록카드)이 도입되기 이전에 손으로 작성한 의무기록 차트를 광화일로 전환해 영상화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지체 장애인 위주의 장애 유형과 경증 장애인의 고용 한계를 극복한 전 직원이 장애인이면서 중증장애인인 발달장애인(86.5%)과 일부 경증 장애인이 협업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기업으로서 모회사인 가천 길의료재단의 자회사입니다."

-장애인 고용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나요.
"모든 장애인의 고용은 장애인고용공단과 협의를 합니다. 그래서 공평하고 양질의 우수한 인력풀을 얻을 수 있지요. 물론 지원하는 사람마다 근무하고 싶은 조건이 달랐습니다. 오전에는 어머니가 가게를 여는 것을 도와주고 출근하고 싶어 하는 사람, 오후에는 학원이나 운동을 위해서 오전에만 근무하고 싶은 사람, 가계에 도움을 주어야 하므로 8시간의 근무를 통해 봉급을 더 받아야하는 사람 등 직원들의 요구는 모두 달랐습니다. 또 개인의 특성상 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 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 등 여러 경우가 많아, 근무특성에 맞는 업무를 구분해 부여하고, 오전·오후반 등 4시간 근무제와, 8시간 종일 근무제 등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구분 운영해 직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장애인고용공단 인천지사의 장애인 인재풀을 통해 직원을 선발하되 작업 현장에 배치하기 전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내 인천 맞춤훈련센터와 인천 발달장애훈련센터에서 직원들을 훈련해 현장에 투입하는 방법을 도입, 업무의 현장 적응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가천누리는 창립 다음해인 2016년 충현교회에서 열린 전국 발달장애인 대상의 ‘도전 골든벨’에 처음 출전해 골든벨, 실버벨 등 4년 연속 수상을 한 회사입니다. 대회에 처음 참여한 회사가 모든 상을 받는 것을 보고 도대체 가천누리가 뭐 하는 회사냐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지요. 처음에는 참가자들이 힘들다며 포기하려 했지만 신념을 갖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계속해서 함께 연습하면서 협동심을 발휘해 수상이라는 성취감을 맛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서로 출전하려고 해서 시험을 보고 성적순으로 뽑아 참가시키고 있습니다."

-가천누리의 장점과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장점이라면 그동안 중증장애인이 했었던 단순 노동에서 컴퓨터를 활용하는 장애인이 일하기 좋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사회활동 기회를 부여하고 스스로 자존감을 갖기 위해 업무 이외에 별도의 시간을 할애하면서 장애인 도전골든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는 점입니다. 개선하고 싶은 점은 책상에서 일만 하다 보면 지루하고 온 몸이 쑤실 나이인 어린 직원들을 보면서 허락한다면 이들이 근무 중간 중간에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후에는 인천대공원으로 나들이를 가곤하지만 걷는데 불편함을 보이는 직원들이 빠지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추운 겨울철에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음을 느낍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과거에 쌓아놓은 수기 차트로 5~6년을 지속할 수 있지만, 앞으로 무엇을 해야 가천누리가 지속 가능한 회사로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만을 많이 해봅니다. 앞으로 업무의 다각화를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모회사인 길병원 직원들의 힐링을 도울 수 있는 네일아트, 바리스타, 안마 등의 업무를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길병원 업무 중 인력 지원이 필요한 안내, 우편물 전달 등의 업무도 검토 중에 있습니다. 향후 길병원 뿐만 아니라 외부기관에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적정한 업무가 있다면 시행할 예정입니다. 중증장애인의 직원이 87%를 점하는 가천누리는 인천의 자랑이요 장애인 고용의 모델이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다른 의료기관과 사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모두가 잘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조기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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