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인생


매일 입는 옷이건만
단추도 제대로 끼지 못하고
넥타이는 항상 삐딱하고
가끔은 지퍼도 올리지 않는다

평생을 먹어온 밥, 국, 반찬이지만
먹을수록 더 흘리니 턱이 심통이 났나

스마트 폰으로 문자를 보낼 때도
컴퓨터로 시나 소설을 쓸 때도 오자투성이
엉뚱한 글자에 매달려 하소연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찾는 사람이지만
갑자기 부르려면 머릿속은 회색이 되고
입안에서 뱅뱅 돌고 나오지 이름

언제 배불리 먹어봤는지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앙상한 갈비뼈 드러낸 끼니 거르는 아이들에게
커피 한 잔 값 선뜻 내주지 못하고
손은 주머니만 들락날락
지갑을 꺼내지 못하는구나

몸은 굽어 곧추서지 못하고
마음도 쪽박처럼 오그라든 내 몰골
누가 바로잡아 주려나
 

 

박의신 약력

문학과 비평 2019년도 시부문 신인상 수상, 문학과 비평 작가회·아주 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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