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투자와 소비 등 민간의 경제활동이 완전히 얼어붙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시사하고 있다. 이른바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문의 수요를 의미하는 민간지출이 통계 작성 후 최장기간인 6분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와 민간투자 총고정자본형성의 합인 민간지출은 341조159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아마도 민간소비와 민간투자를 합한 민간지출이 경제 전체의 유효 수요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민간 지출이 감소한다는 것 자체가 유효 수요가 그 만큼 취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에서다. 사실상 민간지출이 지난 2018년 3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6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면 경계심을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반응에서도 그렇다.

실제로 경제전문가들은 이러한 민간지출이 6분기 연속 감소하는 것에 지난 200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장 기간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민간의 수요가 장기간 얼어붙어 있는 빙하기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우리 경제의 현실에 기초하고 있어서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2018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던 민간지출은 2분기 들어 증가율이 0.5%로 낮아지더니 3분기에는 1.2%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민간지출이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들의 꺼려하는 투자에서다. 그러다보니 투자가 장기간 뒷걸음질 치고 있으면서 경제의 혈류가 막히고 있어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는 형국이다.

따지고 보면 실제로 경기를 이끌어 가던 반도체 경기의 불황 국면에서도 이런 불편한 진실을 찾아 볼 수 있다. 간단히 3년 전인 2017년 2분기 10% 이상 증가했던 민간투자가 당해 4분기부터 증가율이 둔화되다 2018년 2분기부터는 마이너스로 뚝 떨어졌고 지난해 1분기 -9.4%였던 민간투자 증가율은 4분기에도 -3.8% 상태란 점을 지나쳐서는 곤란하게 됐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감소한 탓이다. 눈 여겨 볼 대목은 이런 투자의 공백을 메워주고 있던 민간소비의 증가세마저 지난해부터 급격히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2013년 이후 가장 부진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불안한 요소란 점을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한 경제연구원의 전망처럼 반도체 가격 반등 효과로 설비투자 부진이 완화되더라도 부동산 투자가 여전히 마이너스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기 힘든 환경이고 정부 지출 확대가 민간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면 기대할 일은 거의 없어 보인다. 마이너스로 떨어진 민간지출이 올해에도 다시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암울함을 더하고 있다. 물론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지난해 그것보다 나아지겠지만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유는 지금처럼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다. 자연히 건설투자가 감소세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고 민간소비 역시 크게 나아지기 어려운 예상에서다. 이런 와중에 정부지출 증가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는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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