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저출산율로 국가 동력이 흔들리는 대한민국에서 출산율 상승을 위한 대책들이 다양하게 실행되고 있지만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당장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맞벌이 부모의 고충을 덜어줄 돌봄교실이 부족해 희비가 엇갈리는 일이 다반사다. 학교 밖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현실에서 맞벌이 부모에게 하교 이후 자녀의 안전한 관리는 큰 문제다. 더구나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의 고충은 더욱 심각하다. 방과 후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면 안심할 수 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저학년 학생이 수백 명에 달하는 학교도 돌봄교실이 단 하나에 불과해 고작 20여명 만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돌봄교실 당첨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오후 1~2시면 하교하는 저학년 어린이들은 돌봄교실에 당첨되지 못하면 각종 학원을 전전해야 한다. 공부나 소질보다 안전하게 있을 공간으로 학원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 자녀들을 각종 학원으로 돌려야 하는 학부모들에게 사교육비는 큰 부담이고 안전 여부도 걱정거리다. 그렇지만 자녀의 하교 후 생활을 돌봐줄 수 없는 맞벌이 부모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돌봄교실을 7백 개 늘려 원하는 아이들이 모두 돌봄교실의 혜택을 받게 하겠다고 했지만 당장 새학기부터 역부족이다. 이런 문제는 새학기 시작 전에 이미 결정되고 준비돼야 학부모들이 자녀 돌봄에 계획을 세울 수 있는데 이제야 늘리겠다는 것도 현실성이 있는 지 의문이다. 게다가 돌봄교실 신청과정에 대해서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직장에서 일할 시간에 서류를 방문 제출하라고 하거나 추첨을 평일 낮에 하는 것도 불만 요소다. 직장에서 외출이 어려운 부모들은 어쩔 수 없이 조부모나 친척, 지인에게 부탁하는 상황이다.

돌봄교실에서 탈락한 학부모들은 교문을 나서면서부터 방과 후 아이를 맡길 학원을 수소문하는 진풍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하는 엄마의 95%가 육아문제로 퇴사를 고민한 적이 있다는 통계도 있다. 그 위기를 대부분 부모나 가족의 도움으로 극복하게 되는데 그것이 어려운 경우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퇴직이나 휴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보니 경력 단절 여성이 나오게 되고 여성들이 혼인과 출산을 꺼리게 되는 것이다. 당장 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 고민하는 맞벌이 부모가 많은 현실에서 출산율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육부는 공언한대로 신속하게 돌봄교실을 확대해 맞벌이 부모의 고충을 덜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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