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틀 전에 시험을 취소하면 응시자들은 어떡하나요."

경북 포항에 사는 서모(39)씨는 22일 대구에서 치를 '제1회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자격시험'을 1년간 준비했지만 시험 이틀 전인 지난 20일 오후 3시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예방을 위해 대구 지역 시험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서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관하고 한국생산성본부(KPC)가 시행하는 이 자격시험에서 합격점을 얻어 오는 9월 관련 분야 대학원 입학 전형 때 가산점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시험 취소로 수포가 됐다.

서씨는 "언제로 연기한다는 얘기도 없고 응시 지역 변경도 안 된다고 하더라"며 "코로나19의 심각성은 알지만 적어도 시험 취소에 대한 기준과 이후 대책 등은 있어야 할 것 아니냐. 비슷한 날 열리지만 예정대로 진행하는 국가시험도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안한 마음에 식약처나 KPC에 연락해 봤으나 모두 전화 연결이 안 됐다"며 "1년에 한두 번뿐인 국가 자격증 시험인데 갑자기 취소되고, 이에 대한 설명도 없어 수험생 입장에서는 답답할 뿐"이라고 털어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구 지역 지원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KPC에 따르면 이번 시험 응시자는 1만여명이며 서씨처럼 대구 지역에 응시한 수험생은 900여명이다.

KPC 관계자는 "시험 주관사인 식약처와 협의해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다시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대구 지역 응시자가 다른 곳에서 시험을 치르는 방법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급작스러운 취소로 인한) 수험생의 항의는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긴급해 내린 결정이므로 양해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맞춤형화장품 조제관리사 자격시험처럼 22일 예정된 제30회 요양보호사 자격시험도 대구와 경북(안동) 지역만 취소됐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확진자 다수 발생에 따라 대구시와 경북도의 요청으로 해당 지역 시험을 취소한다며 다음 회차인 5월 23일로 이월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6개월째 이 시험을 준비 중이던 안모(70·경북 경산)씨는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다 최근 은퇴한 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려고 했다"며 "이틀 전에 취소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라며 허탈해했다.

원모(48)씨 역시 "상황의 심각성은 절감하고 있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취소할 줄은 몰랐다"며 "시험 특성상 50∼60대 수험생이 많은데 석달 뒤에 보라고 하면 제대로 기억이나 할까 싶다"고 말했다.

한국 청소년 50여명이 9박 10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한일 문화 교류 행사가 출발 하루 전에 급작스레 취소되기도 했다.

일본 외무성 산하 재단법인인 일한문화교류기금은 출국 전날 밤인 16일 행사가 취소된 사실을 학생들에게 통보했다.

행사 참가자인 A씨는 "이미 짐도 다 싸놨고 환전도 해놨다. 집이 외곽인 학생들은 미리 공항에 도착하기도 했는데 갑자기 취소가 됐다고 알려왔다"며 "출국 12시간을 남기고 공지하니까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일한문화교류기금 관계자는 "끝까지 행사를 진행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취소 결정이 늦어진 것"이라며 "학생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으며 대안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반면 22일 열리는 법원 9급 공채 시험은 예정대로 7천여명이 응시한 가운데 치러진다. 1만2천여명이 모이는 5급 공채 시험과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역시 오는 29일 일정대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전염병 확산 우려 때 시험이나 행사 취소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대규모 행사나 시험 등 집단행사 개최 시 권고지침을 보면 노인, 임산부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하는 행사 정도를 제외하고는 연기하거나 취소할 필요성은 낮다고 밝혔다. 연합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