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온 나라가 난리가 났다. 아니 전세계가 난리다. 타인의 불행이 곧 나의 불행이고 타인의 행복이 나의 행복임을 절실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너와 내가 둘이 아닌 하나로 연결된 연기법의 세계임을 알게 해주었다.

봄 날 아침이다. 서울의 큰 종합병원에 진료가 있어 새벽에 출발해서 출근 시간대에 도착하였다. 평소에는 기차로 다녔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운전을 해서 다녀왔다. 날씨도 우중충하고 꾸무리했다. 평소와 다르게 서울시내의 출근길 도로도 아주 한산하고 썰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는 출근길 사람들을 보면 다들 활기가 있었다. 봄날 아침 햇살처럼 생기가 도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나도 덩달아 바삐 걷고 뛰고 하면서 다녔다. 그런데 어제 출근길 모습은 찌푸른 하늘 만큼이나 우울해보였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장례식에 가는 사람들 마냥 무표정에 슬프고 우울함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나의 마음도 하늘의 회색 구름처럼 착 가라 앉았다.

대부분 사람들이 나 혼자만 건강하고 우리 가족만 행복하고 우리나라만 잘 살면 되는 줄 알고 살았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그게 아님을 절실히 깨달았다. 세계인 전부가 다 함께 잘 살아야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지금 한창 꽃이 피고 새가 즐겁게 노래하고 온갖 만물이 생동하는데 오직 우리 인간들만이 불행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남쪽에는 매화가 만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갈수가 없다. 조금 있으면 벗꽃도 앞다투어 피기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봄이 왔는데 누구하나 활짝 웃는 얼굴로 이 봄을 맞이 할 사람이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대공포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과학 문명이 덜 발달했던 옛날에는 지금처럼 세계인 전부가 공포에 떨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문명 발전이 인간의 행복을 절대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모든 현상에는 양면성이 있고 항상 반대 급부가 있다. 교통과학의 발전으로 하루동안에 세계 어느 곳이든 오갈 수가 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를 반겨줄 나라가 세상에 없다. 다들 오는 것을 불편해하고 싫어한다. 이것이 바로 나 혼자가 아닌 우리가 다 함께 건강하게 잘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 사람들이 아프고 불행하니 그 영향이 바로 나에게 이렇게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빨리 오고 가고해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이번의 코로나19가 순신간에 세계 곳곳으로 퍼처 나가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다. 세상은 항상 선과 악이 함께 존재한다. 다른 사람들의 불행한 틈을 노려 더러운 돈을 좀 더 벌겠다고 마스크를 매점매석한다는 소식에 분노가 일어났다. 어찌 이럴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돈만 받고 마스크를 보내 주지 않는다는 뉴스를 보면서는 이런 인간들과 함께 이 땅위에 산다는게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여러 의료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뛰어 들었다는 점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모습에 따뜻한 인간애를 느꼈고 희망을 보았다. 또 희망적인 소식은 각 지자체에서 코로나 19 와 관련한 물품이나 성금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유명한 사람들도 앞다투어 큰 액수의 돈을 기부하고 있다.

마냥 내 일처럼 좋았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다. 나 아닌 남을 배려하고 타인을 위하는 마음을 이번 기회에 절실하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인간은 나만 우리만 사는게 아니다. 절대로 혼자서 살 수 없다. 이 세계 전 지구인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고 중생의 병이 나으면 나의 병도 나을 것이다"라고 한 대승보살 유마거사가 그리워 진다.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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