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쯤, 1박2일 지방으로 교육 출장을 다녀왔다. 내려갈 때는 기차 안 대부분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하루 사이 올라오는 날엔 종교단체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여 기차 안 대부분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다음 날, 사람들로부터 ‘그 지역을 방문한 사람’으로 묘한 눈총을 받았다.

미안함과 ‘왜 저런 시선이지?’ 하는 의아함, 두 개 마음이 혼재되어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다. 정신없이 두 주일을 꼼짝없이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2주간 나는 내 몸에 대한 걱정 보다 ‘나로 인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생겼으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스러운 공포심에 사로 잡혀 있었다.

이런 공포심을 유발하는 생소한 바이러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두고 중국의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 되었다 하여 "우한폐렴"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이름과 관련해서 불필요한 논쟁들이 일기 시작했다.

우한폐렴, 우한코로나, 우한바이러스, 대구폐렴, 대구코로나, 문재앙코로나, 신천지코로나 등과 같은 낙인이나 혐오표현을 담은 이름을 만들어 다양하게 부르고 있다. 최근엔 이탈리아에서 급속도로 많은 환자가 발생하여 사망자가 많다고 하여, "이탈리아코로나"로 이름이 하나 더 늘었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가 코리아와 비슷하다고 "코리아"로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이 말은 국내에서 하는 혐오와 차별이 결국엔 해외에서 그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이와 비슷한 현상으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자의 이름이나 발생한 지역의 이름으로 부르는 일,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이 충돌하여 기름 유출이 된 사고’를 여전히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건으로 기억하고 있고, 지진 피해가 났던 그 지역이 그랬고, 아픈 기억의 ‘세월호’도 처음엔 끔찍한 혐오의 언어들을 붙여서 부르다가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세월호’로 명명되었다. 국가 재난 상황의 대부분이 그러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그것을 명명하는 고유 이름이 있다. ‘참된 것을 바란다’는 의미의 나를 알 수 있는 이름이 있고, 각자 누구나 자신을 또는 어떤 것의 그 자체를 알 수 있는 명칭이 있다.

2020년 2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이름을 ‘COVID-19’로 결정하고 발표하였다. 질병의 이름이 부정확해지거나 낙인효과 등의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고 지리적 위치·동물·개인 또는 사람들의 집단을 지칭하지 않고, 발음이 용이하면서 질병과 관련이 있는 이름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다. 그것을 반영하여 질병관리본부는 대한민국의 한글 명칭은 ‘코로나-19’로 공지했다.

명명백백하게 그 명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림돌림을 하듯 불편함을 넘어선 혐오표현들을 붙이며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19’의 시작은 중국이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를 치료할 약이 없어서 공포심이 큰 것은 공감할 수 있으나, 그것을 빌미로 배제와 차별과 낙인화하여 혐오스러운 명칭으로 계속 부른다면 부정적인 상황은 계속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름을 제대로 부른다고 부정적 상황을 막을 수 있을까?’하는 의심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을 혐오스런 단어의 별명으로 부른다면 어떨지 생각해보면 우리는 알게 된다.

치료받아야 할 환자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며 ‘타인이 알까봐’ 조심하는 이런 현상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이 밀집하여 모이는 단체행사나 종교행사의 자제’를 부탁하는 안전안내문자가 매일 발송되고 있다.

자유권의 하나로 ‘종교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으나, 함께 누려야 하는 인권을 존중했으면 한다. 세계인권선언문 제30조를 보면, ‘이 선언에서 말한 어떤 권리와 자유도 다른 사람의 권리와 자유를 짓밟기 위해 사용될 수 없다. 어느 누구에게도 남의 권리를 파괴할 목적으로 자기 권리를 사용할 권리는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나의 자유로 인해 타인의 생명을 위험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잠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서로를 질병으로부터 지켜주고 이것은 곧 생명을 지켜주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다양한 정보에 늘 노출되고 있기에 올바른 정보를 선택하는 혜안도 꼭 필요한 시점이다. 그 전 새로운 질병들이 그랬듯이 이 시기도 곧 지나갈 것이라고 기대하며 지혜롭게 잘 극복할 것이다.

김희진 인권침해예방활동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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