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가·교화로 '순결' 직접적 명시… '비전' 내세운 남녀공학과 대조적
여고 졸업생 "이제는 달라져야"

경기도내 여학교들이 아직까지 학생들에게 고정적인 성 역할을 강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도내 여학교들 중 일부는 여전히 교화·교가 등 학교상징을 통해 여학생들에게 순결, 아름다움을 강요하고 있다.

수원시의 A여고는 교가에 "변함없는 순결"이라고 직접적으로 명시했으며, B여고는 장수를 의미하는 은행나무를 순결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여학교 중 목련을 교화로 지정한 학교들은 꽃의 의미를 ‘순결’이라고 표현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남학교를 비롯한 남녀공학 학교들은 질서, 비전, 자존감 등 진취적인 의미를 학교 상징물에 포함한다.

이에 성 역할에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는 학교 상징물은 의미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희영 경기여성연대 사무국장은 "지난 2009년에도 여대에서 ‘출산서약서’를 쓰라고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며 "이는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비롯된 전근대적인 사고"라고 말했다. 이어 "여학생들에게만 순결을 강요하는 것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부속품, 소유물로 보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여성단체연합 관계자 역시 "교가에서조차 고정된 성 역할을 강요한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학생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졸업생들 또한 변경 필요성에 동감하는 모양새다. C여고 졸업생 박모(22) 씨는 "학교 다닐 때도 순결을 강조하는 것이 부조리하다고 생각했지만 변화가 없었다"며 "앞으로는 달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차별적 학교 상징물을 바꾼 사례는 아직까지 인천의 강화여고가 유일하다. 강화여고는 지난 2016년 교가 일부인 ‘여자다워라’를 ‘지혜로워라’로 수정했다.

하지만 교육청 차원의 계도 방안이 없어 각 학교들이 자발적으로 경각심을 갖고 변경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학교 상징은 개교 당시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되므로 교육청에서 일방적으로 교체를 지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교가 등을 교체하기 위해선 학교 관계자, 동문, 지역민들의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교육청 차원에서 학교 상징물을 규제하는 기준은 없다"며 "교육청의 일괄적인 지시보다 학교 내부에서 자발적인 의견 공유과정을 거쳐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유진기자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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