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라진 겨울
[기고] 사라진 겨울
  • 김봉균
  • 기사입력 2020.03.25 21:54
  • 최종수정 2020.03.2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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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지난겨울은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1973년 이후 가장 따뜻하고 눈이 적게 내린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록됐다. 동래불사동(冬來不似冬)이다. 세계 곳곳에서도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났다.

기상청 자료를 보니 지난 겨울은 전국 평균 기온이 3.1도로 평년보다 2.5도가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전국 평균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은 각각 섭씨 8.3도와 영하 1.4도로 모두 역대 가장 높았다. 지난해 12월과 앞전 2월에 반짝 추위가 있기는 했지만 기간이 짧았다. 지난겨울이 이렇게 이례적이었던 건 ‘기후변화’ 탓이 크다.

겨울철 북극의 찬 공기가 흠뻑담긴 북서풍은 시베리아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한국으로 남하하는데, 지난 겨울에는 따뜻한 남서풍이 시베리아 지역에 자주 유입되면서 시베리아 고기압이 힘을쓰지 못했고 ‘겨울바람’인 북서풍도 제자리 걸음하듯 불지 않았다.

또한 겨울철에 북극 지역에 중심을 두고 형성되는 ‘극 소용돌이’(찬 북극 공기를 머금은 저기압 덩어리)가 평년에 비해 강하게 발달했는데, 이로 인해 제트기류가 북극 지방 가까이에 형성되면서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했다.

더불어 아열대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뜨거워지면서 한반도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고기압 세력이 강하게 유지되어, 우리나라로 따뜻한 남풍 기류가 계속해서 유입되면서 ‘봄같은 겨울’을 만들어냈다.

따뜻하고 습한 한반도 남쪽의 고기압은 지난겨울 강수량이 많았던 ‘겨울비’와도 관련된다. 이 고기압과 중국 남부에서 발달하여 접근한 저기압 사이에서 남풍이 형성되고,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남풍을 타고 자주 한반도로 들어오면서 강수량이 많아졌다.

또 한반도 주변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고, 시베리아 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하면서 적설량이 1973년 이후 가장 적게 기록됐다. 반면 겨울 강수량은 1973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많았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겨울비가 많아 진다는 것은 여름이 빨리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기후가 우리의 겨울도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스런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상기후 현상은 한국뿐이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에게도 당혹감을 안겨줬다.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난 러시아 모스크바의 지난해 12월 기온은 13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노르웨이의 1월 최고기온은 관측사상 가장 높은 19도에 눈금을 올렸다. 호주는 지난해 10월부터 극심한 폭염과 산불에 시달리며 피해가 크게 나타났다. 브라질의 기온은 39도까지 올라갔다.

반면 인도 북부는 이상저온 현상으로 118년 만에 최저점 온도가 기록됐고, 태국의 기온은 최저 10도를 기록해 10명이 사망했다. 1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관측된 눈은 112년 만이고, 파키스탄에서는 폭설로 90명이 사망했다. 일본의 북부지방이 가장 적은 강수량으로 가뭄을 겪은 것은 36년만이다.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은 체감의 정도를 벗어나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규모 재난으로 예고되고, 이산화탄소가 누적되어 대기 중 복사열을 품어생긴 ‘지구 온난화’가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화석연료를 기반한 제품들, 수많은 일회용품, 싫증나서 쌓인 멀쩡한 쓰레기들은 무분별한 환경오염을 유발하며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로 이어진다. 지구 운명의 날 시계는 핵무기 경쟁보다 기후변화를 주된 이유로 지난해 2분 전에서 20초더 앞 당겨 ‘자정 100초’전으로 빨간불이 드리워졌다.

지구적 기후변화 위기극복을 위해 필요 이상의 것은 거절하기(Refuse), 줄이기(Reduce), 재사용하기(Reuse), 고쳐 쓰기(Repair), 재활용하기(Recycle)의 5R 실천을 권해본다. 어릴적 논두렁에서 타던 썰매, 흠뻑내린 눈언덕에 쌀 포대자루로 신나게 미끄러지는 모습이 사라진 겨울속 추억이 되지 않기를 소망해본다.

김봉균 경기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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