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적부터 인간이 생존함에 있어 불(火)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로 다루어왔다.

가족 또는 지인들과 함께 한 캠핑장에서의 저녁시간, 숯불에 고기를 구워 자연을 벗 삼아 먹었던 그 고기 한 점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불은 이렇게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익혀주고 모닥불을 피워 놓고 옹기종기 모여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 주는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불행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화재출동을 나가본 현장에는 다 타버린 집, 공장 앞에서 땅을 치며 비통한 심정을 드러내는 이들을 마주할 때가 있는데 그 추억이 다 무슨 소용인가!

이처럼 불(火)은 인간 생존의 필수요소이면서도 오늘날 문명사회가 짊어진 크나 큰 사회문제이기도 하며, 안전관리를 통해 끊임없이 보살펴야 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불을 통제하고 화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물 만큼 중요한 자원은 없다.

무색, 무취, 무미의 액체로서 산소와 수소의 결합물이자 표준기압에서 끓는점이 100℃, 증발열 539Kcal에서 증기로 변환되고, 용적은 1천650배로 팽창하며 동결점 0℃에서 고체로 되는 물질로써 환경공학에서는 물이라 정의내리고 있다.

물은 값 싸고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고, 기화열이 크며 사용하기 편리하여 화재발생 시 소화력이 가장 우수한, 지구상에 없어서는 안 될 소화약제라 할 수 있다.

최첨단 과학 소방 시대에서도 소화약제로서 화학물질의 하나인 물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우리 소방에서 소화약제로 쓰이는 물과 관련된 시설, 즉, 소방용수시설은 소화전, 급수탑,저수조를 의미하며 각각의 기능을 극대화해 화재 등 재난에 대비하고 있으며, 소방의 3요소인 잘 훈련된 인원과 제대로 정비된 장비, 그리고 소방용수에 의해 현장활동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소방용수시설을 포함한 비상소화장치는 그 설치 재원을 시·도의 소방시설공동세로 하고 있으므로 사용주체인 소방관서에서 유지·관리하고 있다.

본래 의미의 사용 목적 등 효용성을 해할 경우 법적 제재사항도 따르기 마련인데, 도로교통법 제33조에서는 차량의 주·정차 등으로 인해 화재 등 긴급재난발생 시 소방용수시설 본래 목적상 장애요인 배제를 위해 소방용수시설 또는 소방용 기계 기구가 설치된 장소에 있어서는 주차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소방기본법에서의 소방용수에 대한 규정은 소방활동의 원활한 확보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법의 목적에 비추어볼 때 당연한 요청이라 할 수 있다.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없이 소방용수시설 또는 비상소화장치를 사용하거나 손상, 파괴, 철거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성을 해치는 행위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됨을 반드시 인지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소방관으로서 체감하는 물의 의미는 불 만큼이나 각별하고 소중하다.

대다수 화재현장에서 물이 없다면 화재를 진압할 수 없고, 부족할 경우 불은 다시 되살아난다.

이 불을 다 끄고 난 뒤에 시원한 냉수 한 병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만큼, 시작과 끝을 물과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 역사상 인구와 경제활동의 증가로 인하여 수질이 오염되고 전 세계적으로 먹는 물 부족 현상으로 인해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해 유엔이 매년 3월 22일을 물의 날로 지정한 데에는소방관에게 있어 의미하는 바는 크다.

다가오는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다시 한번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적재적소에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상시 유지·관리되어야 하는 물의 중요성을 느끼고 기념하는 날로 기억될 것이다.

조승혁 안양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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