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개 시군중 12곳 참여…"부자 지자체와 가난한 지자체 차이 극명"
"지방정부발 긴급지원책으로 국민 혼란 커…정부가 빨리 큰 방향 정해야"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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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기에 처한 주민의 생계지원과 경기 부양을 위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려는 경기도 지자체가 급격히 늘고 있다.

경기도가 필두에 서자 주로 여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시군이 동조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지자체별 지급여부, 지급 대상, 지급금액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27일 연합뉴스가 도내 지자체를 전수조사한 결과 경기도와 별도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곳은 광명·군포·안양·여주·이천·양평·의왕·과천·화성·평택·시흥·고양 등 12곳이다.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38.7%를 차지하는 수치다.

이 가운데 광명·군포·안양·여주·이천·양평·의왕·과천·화성 등 9곳은 재산·나이 등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모든 시민에게 지급하고, 평택·시흥·고양 등 3곳은 소상공인과 저소득층 등에 선별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들 지자체는 대체로 경기북부보다 상대적으로 재정여건이 좋은 경기남부 도시들이고, 경기북부에서는 고양시가 유일하다.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해서 시민들이 모두 똑같은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어디 사느냐에 따라 1인당 최대 15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등 거주지 차별이 존재한다.

군포·광명·안양시는 모든 시민에게 5만원, 여주·과천시·양평군은 10만원, 이천시는 15만원, 화성시는 20만원씩을 지급한다.

여기에 경기도가 지급하겠다는 10만원을 합치면 군포·광명·안양 시민은 1인당 15만원, 이천 시민은 25만원, 화성시민은 30만원을 받는다.

식구 수에 따라 거주지별 수급 액수 차이는 크게 벌어진다.

시군 자체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는 더 크다.

화성시와 이웃한 수원시를 비교하면 화성시 4인 가족은 총 120만원을 받게 된다면, 지급계획이 아직 없는 수원시에 사는 4인 가족은 경기도가 주는 4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 한 가구에 80만원이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수원시 권선동에 사는 박모(45)씨는 "아무래도 우리는 도가 주는 재난기본소득 밖에 못받는데 바로 옆에 있는 화성시의 주민들은 우리보다 3배나 많이 받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모든 시민에게 똑같이 지급하지 않고 특정인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곳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불거진다.

지급액과 지원대상, 명칭도 천차만별이고, 발표만 해 놓고 지급 기준을 정하지 못한 곳도 있다.

화성시는 매출 감소 소상공인에게 약 200만원, 소득 감소 특수 근로자에게 50만원씩의 재난 생계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1년 미만 사업자도 매출 감소 소상공인 지원 대상에 포함하면서 아직도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정하지 못해 지원대책을 날림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신속성에만 열을 올린 채 '선지급 후조사' 원칙으로 신청 접수 하루 만에 서류만 보고 112명에게 수당을 지급했다. 선별 과정이 허술해 추후 부정수급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평택시는 매출 감소 소상공인에게 100만원, 소상공인 범주에 들지 않는 저소득 특수형태 근로자에게 최대 100만원씩 긴급안정 자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시흥시도 소상공인과 임시직 근로자 등 2만5천여명에게 이르면 다음 달 초 1인당 100만원의 긴급생활 안정 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고양시는 소득 하위 80% 시민에게 1인당 10만원의 위기극복지원금을 지급한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선별적 지급 정책을 세운 것과 관련, "모두가 똑같은 가치를 누리는 것을 평등이라고 볼 수 없다"며 "상위 20%에게 10만원은 큰돈이 아니지만, 하루 매출이 제로(0)에 가까운 영세 사업자에게는 단비와 같은 돈"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특정직업이나 계층만 지급하는 선별적 지원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온다.

화성시의 한 주민은 "코로나19로 자영업자만 힘든 게 아닌데 특정 계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같은 경기도내 지자체 중에서도 자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생기면서 형평성 논란도 불거진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부자 지자체와 낮은 가난한 지자체가 이번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해 복지 격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8년 기준 재정자립도가 21.0∼48.9%로 50%를 넘는 곳이 한 곳도 없는 경기북부 지자체는 기본재난소득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주시는 경기도와 별도로 자체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재정이 열악해 재원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양주시 관계자는 "시민 모두에게 10만원씩 지급하려면 최소 100억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한데, 우리 시의 재정 상태로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우선 추경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려고 최대한 노력 중"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남시와 광주시도 재원 부족 문제 등으로 아직 결정하지 못한 채 지급 여부를 논의 중이다.

이천시가 SK하이닉스의 실적 호조 등으로 지방세 수입이 늘어 시민 21만5천869명 모두에게 지급할 324억원을 비교적 여유롭게 확보할 수 있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자체별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혼선과 형평선 논란 등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국 226명의 기초지자체장으로 구성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지난 23일 성명서를 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재정지원을 정부가 통일된 기준에 따라 일괄적으로 시행해달라고 촉구한바 있다.

수원시장인 염태영 협의회 대표회장은 "각기 다른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지방정부발' 긴급 지원정책으로 인한 국민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정부가 빠른 기준과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중앙정부의 신속한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협의회가 전국 226개 기초 지자체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177명)의 67.2%는 코로나19 긴급 재정지원은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고 답해 보편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29.9%)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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