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쓴 스티븐 코비는 우리가 직면한 일들을 두 가지 기준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눌 것을 권한다. 즉 시급성과 중요도에 따라, 급하고 중요한 일,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둘 다에 해당하지 않는 일로 구분하는 것이다. 급하고 중요한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성공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다. 차이가 나는 부분은 그 다음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보다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에 관심을 두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 스티븐 코비의 주장이다.

어떤 일이 급한지, 또는 중요한지는 상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사회를 놓고 볼 때,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급하고 중요한 일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일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선거 자체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공약에 대한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정체되어 있다. 검색어의 온라인 트렌드를 보여주는 한 서비스에 따르면, "총선"이라는 단어에 대한 검색량은 올해 초와 비교할 때 최근 2~3배 정도로 증가한 데 반해, "공약"에 대한 검색량은 "총선"에 비해 적을 뿐 아니라, 지난 3달 동안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공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 않은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일단 정당의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선거법이 적용되다 보니 각 정당에서 그에 대응하는 선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였을 것이다. 또한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압도하다 보니, 그에 대한 논란이 부각되고, 따라서 4년 또는 그 이상을 내다본 공약 구상은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언론이나 시민들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전세계적인 보건 위기의 상황에 우리나라 총선의 공약은 관심사에 오르기 쉽지 않다. 나와 우리 가족의 안전이 가장 중요해지고, 매일 매일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선거 일정을 생각하면, 총선과 공약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중요하다. 코로나19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총선과 공약도 일정 부분 시민들의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관심만 있다면 정보에 대한 접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책·공약 알리미를 통해 현재 각 정당의 정책을 제공하고 있고, 4월 5일부터는 후보자 개인의 공약도 제공할 예정이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현 국회의원들의 공약이나 선거공보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도 평가할 수 있다.

제20대 국회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제21대 국회에 대한 비관론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뽑히지도 않은 국회의원들에 대해 미리부터 예단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

정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우리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이다. "나 홀로 볼링"으로 유명한 하버드 대학교 퍼트넘 교수는 "우리 아이들"이란 최근작에서 경제·사회적 양극화의 문제를 다루면서, 이 문제를 개인들에게만 맡겨 둘 수는 없다고 말한다.

사회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정치가 작동해야 한다.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려면, 이번 총선을 챙기고, 정당과 후보자들의 공약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전형준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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