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십계명 중에 6계명 ‘살인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한 성경에서는 형제를 미워하는 자마다 살인하는 자(요한일서 3장 15절)라고 분명히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6계명 ‘살인하지 말라’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어 영혼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대방에게 어떻게 상처를 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고, 과연 우리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묵상해 보았습니다.

첫째, 말로 상처 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은 1994년 엘지트윈스 프로야구단에 입단을 하였고, 입단 당시 상당한 기대를 받던 신인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그 팀에 함께 입단했던 서용빈 선수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던 무명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팀의 일본 전지훈련 도중 허문회 선수는 대타자 장훈 감독으로부터 프로에서 통하지 않을 타격자세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고, 오히려 무명이던 서용빈 선수는 타격자세가 좋다는 칭찬을 받게 되었는데, 이 말이 허문회 선수에게 상처가 되었는지 그 해 허문회 선수는 성적이 좋지 않았던 반면 서용빈 선수는 엘지트윈스의 신바람 야구를 이끌었습니다. 이러한 일을 겪었던 롯데 허문회 감독은 대선수의 한마디가 어린 선수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지도자가 된 이후 말 한마디가 선수들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 고민한다고 합니다. 또한 허문회 감독은 2군에서 선수를 올리는 결정을 하고도 2군으로 내려가는 1군 선수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최대한 늦게 그 결정을 공개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말로 상처를 받는 선수가 없도록 선수들을 배려하는 허문회 감독은 자신의 상처를 반면교사 삼아 좋은 지도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둘째, 표정이나 눈빛으로 상처 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말이 주는 메시지 전달비율은 30% 밖에 되지 않지만 표정으로 전달하는 메시지 전달능력은 70%에 달할 정도로 비언어적 의사전달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자녀의 성적이 좋지 않을 때에 말로는 잘했다, 수고했다 격려하면서 얼굴에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할 경우 그 격려의 말이 자녀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고 오히려 실망스러운 표정이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상처받는 자녀들이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우리 남편들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말 한번 호기롭게 했다가 아내의 싸늘한 눈빛, 경멸의 눈초리에 주눅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비단 저만의 일은 아닐 거라고 애써 위로해 보기도 합니다.

셋째, 마음으로 상처 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저도 가사일을 돕기 위해 설거지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똑같이 집안에서 설거지를 하더라도 어떤 날은 아내가 집안일도 하지 않고 뭐하고 있었냐고 핀잔하는 마음으로 설거지를 할 때가 있고, 또 어떤 날은 아내가 하루종일 자녀들 뒷바라지 하느라 힘들었겠구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설거지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덜거덕 거리는 남편의 설거지 소리를 들으면서 감사하기도 하지만 어쩔 땐 불편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는 아내의 얘기를 들었을 때 뜨끔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도 상대방에게 전달되어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사실 저도 평범한 일상에서 아내에게, 자녀들에게 말로써, 표정으로, 때로는 마음으로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그들의 영혼을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늘 상대방을 말로 격려하고, 따뜻한 표정과 눈빛으로 바라보고, 더 나아가 감사와 격려를 듬뿍 담은 마음을 품는다면 우리의 진정성은 분명히 상대방에게 전달되어 그들은 나로 인해 힘을 얻고, 그들의 삶은 더욱 풍성해질 것입니다. 오늘 하루라도 가정에서 가족들에게, 또 삶의 현장에서 직장동료들에게, 더 나아가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미소를 머금고 따뜻한 마음을 담아, 격려의 말을 해보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진영탁 변호사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