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DMZ평화협력지대’ 건설을 발표한 바 있다.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는 70년 군사적 대결이 낳은 비극적 공간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기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변모했다. JSA(공동경비구역), GP(초소), 철책선 등 분단의 비극과 평화의 염원이 함께 깃들어 있는 상징적인 역사 공간이기도 하다. 이를 남북한이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평화, 생태, 문화와 관련한 국제기구들을 유치해 국제평화협력지대로 조성하자는 제안이다. 국제기구 등을 유치하기 위한 장소로서 판문점과 개성사이에 ‘국제평화협력지구’를 조성하자는 구체적인 입지도 언급된 바 있다.

그간 생태평화공원, 평화경제특구, 제2개성공단 등 수많은 제안들이 있어왔다.

이제는 실천력을 높여야 한다. 그러자면 개성공단처럼 기업인들이 러쉬할 수 있도록 국제평화협력지구의 토지공급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20년전 개성공단의 파격적인 분양가격은 낮은 인건비와 함께 기업인들을 끌어들이는 부동의 유인요소였다. 이를 위하여 남북협력기금을 파격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던가. DMZ평화협력지대, 그 중에서도 판문점과 개성사이에 조성될 ‘국제평화협력지구’는 남북교류의 장소플랫폼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DMZ는 세계적인 생태환경관광의 후보지이다. 환경 및 관광관련 국제기구의 유치도 기대된다. 특히 최근의 코로나 판데믹과 관련하여 북한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지원해줄 수 있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기구의 유치도 절실하다.

당장은 불가능하나, 개성공단의 재개가 기대된다. 그러나 단순한 임가공형태의 업종으로는 남한의 청년들이나 북한당국자들에게도 그리 큰 매력이 못된다. 개성의 기존 공장들이 첨단업종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2단계 확장공단은 혁신기업들이 유치될 수 있도록 우리의 엔지니어, 혁신인력, 연구자들이 체류하고 활동할 수 있는 연구환경이 필요하다. 혁신지구나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자면 전문인력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평화협력지구에 이들을 수용할만한 환경을 조성해주면 인접한 개성공단의 업그레이드와 향후 북한의 경제회생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DMZ는 쾌적하나 전문인력들이 활동하고 정주할만한 곳은, 아직 아니다. 이들이 일산 등 경기북부의 대도시에 거주하면서 평화협력지구까지 통근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잘 깔아주는 일이 중요하다. 조만간 GTX가 경기북부 깊숙이까지 연결된다. ‘철도공동체’는 120년전에 만든 꾸불꾸불한 경의선을 따라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시속 180㎞의 GTX나, 300㎞의 KTX 혹은 400㎞ 속도로 달리는 미래의 해무(HEMU)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다. 왜냐하면 120년전의 노선과 현재의 인구, 산업의 입지가 다르며, 고속철도가 시속 50㎞ 열차가 달리는 노반위를 달리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파주 운정역까지 연결될 고속열차를 DMZ평화협력지대와 개성까지 끌고가는 그림을 그려보자. 그래야 첨단인력들이 개성 코앞까지 접근하여 개성공단을 ‘판교’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실천 비전’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보다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분단을 넘지 않았던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극단적 선택은 북한이 처한 절절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필자는 도시계획학자라 정치는 문외한이다. 북한당국은 남한정부를 성의없는 재벌기업쯤으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주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운 듯하다.

북한당국의 자구적인 노력이 가능하도록 DMZ평화협력지구에 개성공단의 첨단화를 지원할 수있는 연구소, 기업성장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첨단인력들이 활동할 수 있는 지원시설과 정주환경을 조성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면 기업들이 모일 것이다. 또 WHO와 같은 국제기구가 와서 북한의 의료지원을 하고, DMZ의 생태환경관광을 지원하는 정보센터 등이 입지하는 경우, 그야말로 이 평화도시가 남북교류의 플랫폼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정치 문외한으로서, 고속철도와 첨단산업단지를 DMZ에 그려본다. 정치는 혼란스럽더라도 경제는 신뢰하지 않을까. 고속철도와 첨단산업단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김현수 단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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