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연결되는 세상’이라는 키워드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연결이 많지 않았던 세상에서는 융합력이 높지 않아도 되었지만, 초연결 사회에서는 N곱하기 N의 관계가 성립된다.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까지 연결될 수 있는 게 앞으로 펼쳐질 세상이다. 내 주변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된다면 어떠한 일들이 생길 수 있을까?

우유가 떨어졌으니 냉장고가 주문하겠냐고 나에게 말을 건다. 내 체온이 올라가니 내가 차고 있는 스마트 워치가 내가 탈 차량에 신호를 보내 미리 에어컨을 켜 온도를 낮춰놓으라고 지시한다. 주변의 사물만 생각해 봐도 끝도 없는 일들이 펼쳐진다. 수많은 상상력과 융합이 필요한 시점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며 기회를 만들어 볼 수 있을까.

첫 번째로 관계의 확장을 들 수 있다. 같은 이슈, 같은 조직 내에서 묶인 관계는 새로운 아이디어보다는 익숙한 주제의 대화를 선호한다. 역사를 보더라도 기존의 관계를 지키기만 하면 되는 사회에서는 융통성보다는 단절, 보안 등의 가치를 우선시했다.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 (Habsburg Haus)는 왕실을 600년 이상 지배하며 스페인과 네덜란드, 헝가리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영토를 통치했던 유럽 왕실 가문 중 가장 영향력 있던 가문이었으나 외부의 침략이 아닌 근친결혼으로 인한 유전병으로 몰락했던 건 참고할만한 사례다.

근교약세(近交弱勢)는 자연의 필연이다. 가까운 주변과만 교류하는 일상은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만든다. 원교강세(遠交强勢), 지금부터라도 내 주변에 비슷한 관심사의 사람들끼리 모둠활동 등을 통해 생각을 섞어보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 19세기 덴마크 문학에서 처음 등장해 덴마크와 노르웨이에 문화적 정체성을 의미하는 단어인 ‘휘게(Hygge)’, 또한 같은 맥락으로 얼마 전 유행한 일본의 단샤리와 같은 킨포크 라이프(Kinfolk Life)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필자는 이러한 경험과 다양한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접촉을 통해서 사색하고 상상하는 기회를 삼고 있다.

둘째,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필자는 주변에서 일명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똑같은 사물을 봐도 일반적인 쓰임새로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고 다양한 상상력을 접목해 보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아는 모든 발명품은 그 시대 상상력을 기반으로 나왔다. ‘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이란 상상력으로 나온 게 전화기고, ‘목소리를 들으면서 들고 다닐 수 있다면?’이란 상상력으로 나온 게 무선 전화기며, ‘목소리를 들으며 컴퓨터처럼 다양한 일까지 확인하고 시키고, 인터넷까지 연결할 수 있다면?’이란 상상력으로 나온 게 지금의 스마트 폰 아닌가.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브레인스토밍 기법을 창안한 오스본(Alex Osborn)의 체크리스트를 에이벌(Bob Eberle)이 외우기 쉽게 약자로 재구성한 스캠퍼(Scamper)라는 방법이 있다.

대체(Substitute), 결합(Combine), 응용(Adapt), 수정, 확대, 축소(Modify, Magnify, Minify), 새로운 용도(put to other use), 제거(Eliminate), 재배열, 뒤집기(Rearrange, Reverse) 등으로 사물을 재해석해 보기다.

만약 벽돌을 떠올려 적용해 보면 어떨까? 벽돌 성분을 바나나 껍질로 대체한다면? 벽돌이 말을 하게 된다면? 벽돌을 피아노 건반이나 드럼으로 쓴다면? 벽돌을 희게 만든다면? 방향제처럼 벽돌에 냄새를 넣는다면? 벽돌을 갈아서 구슬이나 분말로 만들어 새로운 장식품이나 화장품 등으로 만든다면? 벽돌을 일렬로 세워서 대신 할 수 있는 놀이로 만든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는 우리는 아직 만들어 보지 못한 세상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링컨이 말했다.

내일의 미래를 만드는 자는 오늘 여기서 미래를 상상하며 준비하는 자이다.

 

김형태 前국회의장실 정무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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