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에 거주하는 A(52·여)씨는 지난달 22일 시중은행에 이주민 대출 승계를 신청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은행 측이 의정부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금융감독원 지침에 따라 다주택자는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며 대출을 거절했기 때문. A씨의 사연은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5월 23일 의정부시 의정부동 380 일대 중앙생활권2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으로 조성되는 ‘의정부역 센트럴자이&위브캐슬’의 조합원 입주권(전용면적 72㎡)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기존에 보유한 1주택이 있었지만, 준공한 지 22년 된 낡은 아파트를 벗어나 거주 여건이나 교통이 양호한 신규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서였다. A씨는 조합원이 입주권을 담보로 받은 ‘이주민 대출’ 1억 원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해당 입주권을 샀다. 총 매매금액은 5억5천515만 원으로 조합원 분양가 3억515만 원에 프리미엄 2억5천만 원을 더한 금액이었다. A씨는 계약 당일 계약금으로 5천만 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잔금을 모두 치르고 입주권 명의 변경을 완료한 뒤 대출 승계가 되지 않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은 것이다. 입주권은 주택법상 주택으로 분류되는 탓에 명의 변경과 동시에 A씨는 2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 신분이 되므로 6·17 대책에 따라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 막히게 된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연합뉴스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6·17 부동산 대책 이전에 체결된 매매계약에 강화된 규제가 소급적용되면서 논란인 가운데 대출이 막혀 주택을 포기해야 하는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의정부시 중앙생활권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등에 따르면 현행 무주택 세대와 처분조건부 약정을 체결한 1주택 세대의 경우 규제지역 지정 효력 발생일(6월 19일) 이전에 계약금을 납입한 건에 대해 종전 규제가 적용된다.

하지만 2주택 이상 다주택 세대는 19일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새롭게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는다.

A씨는 "은행은 이주비 대출 승계가 불가능하니 1억 원을 일시 상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잔금을 치를 돈도 없어 신용대출로 현금을 마련한 마당에 예상치 못한 일로 1억 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주택을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앙생활권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관계자는 "규제 강화로 이주비 대출 승계를 받지 못해 조합원 명의 변경을 못하게 됐다는 문의와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며 "이주비 대출 승계를 위한 별도 구제책이 없고, 은행은 대출이 불가능하다고만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6·17 대책 이전 계약 건에 대해 규제 소급적용을 철회해달라는 청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규제 소급적용을 반대하는 인터넷 카페 회원들의 집단행동으로 이달 초 ‘6·17 소급 위헌’이라는 단어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도 올랐다. 소급적용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들은 거리시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 당국은 ‘신규 규제지역 지정에 따른 집단대출과 관련한 주택담보대출(LTV) 적용 기준은 일관되게 운영돼 왔다’는 해명만 되풀이해 소급적용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수요자를 배려하기 위해 무주택 세대나 주택 처분을 약정한 1주택 세대만 6·17 대책의 소급적용을 하지 않는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며 "신규 규제지역 지정에 따른 LTV 적용 기준은 서울 전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2017년부터 일관되게 적용돼 왔다"고 말했다.

박다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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