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세운 지 정확히 200년 뒤에 찾아온 임진왜란(1592)은 조선에 분명 재앙이었다. 부산포와 동래가 무너지고 충주를 내줬으며 도읍이었던 한양까지 순식간에 왜적의 손에 빼앗겼다. 이렇게 조선군이 왜군에 속절없이 당했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조총에 있었다. 포르투갈 상인으로부터 조총을 접한 일본에서는 전국시대를 거치며 조총의 사용법이나 전술이 널리 보급된 상태였기 때문에 조선을 침략할 때에도 조총으로 무장을 했고, 이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조선군은 효과적으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선은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총통(銃筒)을 활용해 조총보다 먼 사거리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적을 제압했고, 노획한 조총을 분해하며 제작법을 익혀 훈련도감에서 조총을 다룰 수 있는 병사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겪어보지 못한 위기를 맞았으나 이에 좌절하지 않고 극복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게 된 뒤 모두가 좌절을 말한다. 여러 직업능력개발훈련 역시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의 접근을 필요로 하고 있다. 분명 직업능력개발훈련의 위기다. 하지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는 코로나19 시대에도 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찾고, 근로자들은 직무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여 실행에 옮기고 있다.

우선 비대면 방식을 활용한 직업능력개발훈련의 범위를 넓혔다. 사업주직업능력개발훈련을 실시하는 기업은 사전에 승인을 받은 훈련과정에 대해 줌(Zoom), 스카이프(Skype) 등의 플랫폼을 이용해 훈련을 실시할 수 있고 중소기업 학습조직화 사업에서도 재택근무 등 참여기업(학습조)의 여건을 고려해 대면 또는 비대면 방식 중 하나를 선택, 유연하게 학습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학교(기관)의 대면 집체교육이 어려운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비대면 전수 지원을 인정,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했다.

단순히 비대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을 넘어 참여 근로자의 비대면훈련 참여 제도개선 등을 위한 실태조사 또한 지난 6월에 실시해 서비스 품질 향상 목적의 기초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비대면훈련 참여경로 및 훈련만족도, 애로 및 활성화 방안 조사를 통해 근로자가 비대면훈련 참여를 통해서도 직무역량 향상이라는 직업능력개발훈련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공단은 끊임없이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비대면 방식의 적용 확대 이외에도 새로운 훈련 방식을 도입하거나 참여기준을 완화했다. 훈련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사업장 근로자들에게 훈련참여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기 위해 지난 8월 영세사업장 공동훈련 지원계획을 발표했으며 날로 어려워지는 경기 상황을 고려해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직종 대분류의 선택 제한을 해제, 공동훈련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누구나 위기에는 기회가 따른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저절로 위기가 기회로 바뀌지는 않는다. 위기에도 당황하지 않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차분히 생각한 뒤 행동으로 옮겨야 위기를 딛고 더 밝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경기동부지사에서는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도 기업이 당장 실시할 수 있는 직업능력개발훈련에 대한 홍보와 여건 보장, 기관 차원의 사회적 책임 확대로 조금이라도 빨리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이다.

김동호 한국산업인력공단 경기동부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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