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버스정보앱에 승차버튼 클릭, 해당정보 버스기사에 전달 방식… 승하차는 여전히 문제 개선 필요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연합(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몇 번 버스가 왔는지, 버스가 어디에 섰는지 알 수가 없어요. 버스 타는 것 자체가 무서워요."

시각장애인 박정규(35)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한다. 의정부 집에서 직장까지 차량으로 30분 걸리는 거리다. 하지만 버스는 최대한 꺼린다. 타고 내리는 과정이 모두 공포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박씨와 같은 시각장애인은 버스에 오를 때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정류장에 도착하는 버스 여러 대 중 자신이 타야 하는 버스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없다. 도로 상황에 따라 버스가 정차하는 위치도 달라져 여러 대를 놓치기도 한다. 운 좋게 버스를 잡아도 손으로 차체를 훑어 탑승문을 찾고, 버스 기사에게 번호를 물어야 한다.

박씨는 "승하차 시 버스가 멈추는 자리가 매번 다르고 버스에 오를 때는 버스를 손으로 만져가며 문 위치를 확인하고, 버스기사에게 번호를 물어봐야 한다"며 "버스에서 내릴 때도 버스가 정류장을 벗어나 서는 경우도 있어 인도를 찾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린다"고 토로했다.

버스에 올라탄 뒤에도 고충은 계속된다. 빈자리나 하차문 손잡이가 어디있는지 인지할 수 있는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박씨 등 일부 시각장애인은 착석을 포기하고 버스기사 뒷자리에 서 있는 것을 택한다.

사정이 이렇자 경기도는 다음 달부터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제도인 ‘시내버스 승차벨’을 시행할 예정이다. 버스를 기다리는 고령자나 임산부, 휠체어 이용고객 등이 경기버스정보 앱을 통해 승차 버튼을 누르면, 해당 정보가 버스기사에게 전달되는 방식이다. 도는 시민들이 버스를 놓치는 등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각장애인 처지에서는 여전히 버스 번호를 식별하는 게 어렵고 승하차 문제도 남아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도는 지난 2019년께 시각장애인을 위한 버스 정책을 논의한 바 있다. 시각장애인의 버스 식별을 도울 수 있게 버스 외부에 번호와 방향 등을 음성으로 안내하는 장치를 설치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정류장에서 나오는 음성안내 서비스와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결국 사업은 중단됐다.

도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시내버스 승차벨’ 서비스를 전체 노선에서 이용할 수 있게 검토하고 있다"며 "교통약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버스 운행체계로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진용 장애인법연구소장은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이 크게 제약된 현실에서 안전이 확보돼야 한다"며 "장애인지 감수성을 지닌 시민의식과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진현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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