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 깨진 유리병 조각이 흩어져 있을 때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할 까? 일반 시민은 자기가 다치지 않기 피해갈 것이다. 민간 기업체 근무하는 사람은 자기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은 잠간 쳐다보겠지만 ‘자기 업무’가 아니면 지나칠 것이다. 반면 ‘평균적’인 지역 의원이라면 집행부 담당자에게 연락하여 처리하게 하거나, 도구가 있으면 직접 치우려고 할 것이다. 지방자치 시대에 지방의원에 대한 기대가 그런 것이다. 공공의 업무에 대해 시민을 대신하여 이익을 표출하고 해결하는 역할이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를 생각하면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등 자치단체의 장을 우선 연상한다. 그러나 1988년 지방자치법을 개정하면서 지방자치를 부활시키는 과정에서 1991년 의회 선거를 먼저 실시하고 그 다음에 1995년 장을 선출하였다, 지방자치의 가치를 생각할 때, 우리는 매우 의미 있는 상징적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방의회의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기능 제고를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소홀하였다. 자치와 분권을 강조할 때도 지방의회의 역할은 심각하게 고려되지 못했다. 의원은 개별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역량을 지원하는 장치는 매우 중요하다. 2020년 12월 지방자치법을 전면 개정한 시기에 지방의회의 역할을 강조하는 ‘지방의회법’을 제정하자는 논의는 그래서 추진력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지방자치법 제5장에 지방의회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통적인 역할론에 근거하여 최소한의 기능과 절차를 담아내고 있다. 새로운 역할과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부족하다. 특히 이번 지방자치법 제4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 구성 형태를 달리할 수 있다.’고 하여 지방자치단체 기관구성 형태의 특례를 인정하고 있다. 이에 집행부 수준의 의회 지원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의전과 회의 진행 그리고 절차 지원의 기능으로 발전해 온 의회사무처 기능을 정책 분석과 평가의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서 의회사무처 소속 공무원을 집행부로부터 분리하자는 주장이 강조되고 있다. 의회 직원의 인사권을 집행부 장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의회는 몸통만 있고, 손발이 원격으로 통제받는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적인 기능 이외에 향후 의회는 인사청문회, 조례제정권의 범위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공사 공단이 409개 그리고 출자 출연기관이 790개가 있다. 지방공공기관은 공공서비스 공급이 전달체계에서 주민가 가장 가까이에 있다. 그리고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적자가 발생하는 것도 묵인되고 있다. 사전적으로 유능한 전문가의 임용을 위한 인사청문회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사실 지방의회는 지방자치 부활의 초기에 매우 중요한 상징적 역할을 하였다. 우리나라에 행정정보 공개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1992년에 청주시 의회가 선도적으로 조례를 제정하였고, 이를 계기로 법을 제정하게 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위법 소송에서 대법원은 지방자치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판결문을 제시했다. 첫째는 ‘행정에 대한 주민의 알 권리의 실현을 그 근본내용으로 하면서도 이로 인한 개인의 권익침해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으므로 이를 들어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조례라고는 단정할 수 없고 따라서 그 제정에 있어서 반드시 법률의 개별적 위임이 따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하였다. 조례 제정권이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법령의 정신에 부합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둘째는 ‘반드시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에 따르게 할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자기고유사무와 관련된 행정정보의 공개사무에 관하여 독자적으로 규율할 수 있다.’고 하여 이미 지방자치의 다양성을 허용하고 있었다.

지방의회법의 제정은 단순히 지방자치법에 있는 제5장 지방의회 부분을 오려내어 재편집하는 하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내어야 한다. 시민을 대신하여 깨진 유리병을 치우고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과 권한을 보장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지방의회법 제정은 자치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는 추진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원희 한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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