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호 대한성공회 동두천나눔의집 신부. 박다예기자
김현호 대한성공회 동두천나눔의집 신부. 박다예기자

 

"기지촌에서 먹고 살아야 했던 여인들이 서로가 서로를 손가락질했던 시절을 회상하고, 과거의 아픔을 받아들이는 시간이었습니다."

10일 만난 김현호 대한성공회 동두천나눔의집 신부는 ‘제1회 순자문화제’ 준비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지난해를 돌이키며 소회를 풀었다. 8년 전 턱거리마을로 불리는 광암동에 부임한 그는 아동이나 어르신을 돌보고, 주민들과 마을만들기를 하고 있다.

그는 "보산동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한편으로 주민들의 소소한 이야기는 사라졌다"며 "경기 북부 기지촌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무방한데 턱거리마을은 전형적인 기지촌 모습을 아직 간직하고 있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게 사라지기 전에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자’들을 추억하고, 이해하고, 치유하기 위한 순자문화제는 이런 뜻에서 시작됐다. 김 신부는 "마을에서 순자 두 명을 만났는데 한 분은 돌아가셔서 무덤으로 만났고, 한 분은 기지촌에서 성매매를 하던 분으로 이웃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다"며 "순자라는 이름은 그 시대 생계를 짊어졌던 모든 기지촌 여성을 상징한다"고 했다.

주민들은 과거 죽어간 여성들을 꽃상여에 태워 마지막을 위로한 의식을 재현했다. 꽃을 상여에 달고 여성들이 직접 짊어지고 마을 곳곳을 돌았다.

김 신부는 "기지촌은 한평생 대대손손 살고 싶어 만든 곳이 아닌, 돈 벌려고 마지못해 사는 곳이어서 이웃이 미군한테 당해도 자기 생업 때문에 남의 아픔을 외면한 파편화된 동네였다"라며 "기지촌 중에선 처음으로 문화제를 열어 아픔을 아픔인지 모른 채 살아온 기지촌 여성 어르신들을 치유하고 주민간 화합을 이뤄냈다"고 했다.

그의 작은 소망은 올해 제2회 순자문화제에 미군을 초청해 피해자와 가해자 구도로 그려진 마을과 미군 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는 "사회구조적인 이유로 생겼던 아픔을 이제는 사회가 책임지고 치유해야 할 때"라며 "기지촌 문화가 계승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정성욱·박다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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