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 미국 지사의 장난으로 글로벌 증시가 시끄러웠다. 폭스바겐을 ‘볼츠바겐(Voltswagen)’으로 개명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 초안까지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삭제했는데 알고 보니 차량 홍보가 목적이었다. 이 만우절 농담을 접한 투자자들은 향후 사업 방향을 예단하고 전기차시장의 가치에 베팅해 폭스바겐의 주가를 급등시켰다.

보통 기업들의 만우절 농담은 누구나 충분히 우스개로 인식할 수 있는 수준에 그쳐야 하지만 폭스바겐의 장난은 현저한 주가 급등을 초래한 만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일벌 조치까지 거론된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폭스바겐 주가는 장중 한때 12%까지 뛰었다. 이왕 얘기를 꺼낸 김에 이번 편은 만우절과 엮인 증시를 주제로 삼아야겠다.

이번 볼츠바겐 사태에 앞서 지난 2019년 중국에서는 만우절부터 지급준비율이 내려간다는 루머가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위시해 들불처럼 번졌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즉각 부인하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당연하게도 이날 증시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 해 먼저인 2018년엔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농담의 테마로 파산을 언급해 생난리를 일으켰다. 머스크가 트위터에 남긴 게시글은 ‘마지막 안간힘이었던 부활절 달걀 대규모 판매 등 강도 높은 자금 모집 노력에도 테슬라가 완전히 파산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모델S 충돌사고 조사 중이었던 테슬라는 신용등급 하향으로 재정난 우려까지 컸던지라 투자자들은 농담을 가볍게 들을 수 없었다. 만우절 다음 날 테슬라의 주가는 장중 7% 넘게 빠졌고 지난해 9월 최고치 대비로는 36% 급락했다.

몇 해 잠잠하던 머스크가 올해 또 번잡스러운 일을 만들었다. 2013년 IBM 출신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일본 시바견을 마스코트 삼아 재미로 만든 가상화폐 도지코인을 또다시 입방아에 올렸다. 역시나 자신이 최고경영자를 맡은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문자 그대로의 도지코인을 문자 그대로의 달 위에 놓을 것’이라는 모호한 글을 이번 만우절에 트윗하며 도지코인 가격을 확 올려버렸다.

원문인 ‘Space X is going to put a literal Dogecoin on the literal moon’은 도지코인이 달에 도달할 정도로 가격이 오른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미국 증시에서 달은 가격 급등과 맥을 같이 한다. 머스크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부터 테슬라 차량 구매 시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는 등 가상화폐에 격하게 우호적이다. 무엇보다 도지코인은 그가 가장 아끼는 가상화폐다.

한참 전인 2003년에는 그 유명한 빌 게이츠 피살설이 나돌았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이어지던 때에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이었던 빌 게이츠가 피살됐다는 소식이 테러 이슈로까지 비화해 세계 각국의 증시가 흔들렸다. 특히 이 사건은 만우절 이후인 4일 가짜 CNN사이트의 허위기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일부 방송사와 인터넷신문 등에서 기정사실화해 파장이 더욱 커졌다. 이 시기에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하던 한글과컴퓨터의 주가가 급등했다는 얘기는 재미난 덤이다.

같은 해 같은 시기에 홍콩도 혼란스러웠다. 중학교 3학년 아이의 짓궂은 만우절 장난으로 나라 전역이 괴질 공포에 휩싸이면서 증시도 풍비박산이 났다. 이 나라 일간지 밍바오 온라인판 디자인을 도용해 만든 자신의 홈페이지에 홍콩 전체가 괴질 감염지구로 선포될 것이라는 허위 기사를 올린 탓에 그리 크지 않은 나라 전국에 있는 온갖 상점이 사재기 인파에 시달린 것은 물론 첵랍콕국제공항 폐쇄 루머에 타국 탈출을 위한 항공권 구입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보니 증시에서 4월은 꽤나 혼란스러운 시기처럼 생각된다. 결은 다르지만 미국계 영국인으로 시인, 극작가, 문학 비평가였던 T.S. 엘리엇은 1922년 쓴 시 ‘황무지’에서 황폐해진 세상에 절망하며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다. 하지만 증시에서 4월은 잔인하지 않다. 특히나 월가에서는 더 그렇다. 이달 초 포브스와 포춘 등 주요 경제 매체의 기사를 보면 4월은 증시에서 호기에 속한다.

정금철 이슈에디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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