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m 거리에 110여가구 주택단지… 최근 입주 주민들 "이정도로 가까울 줄은 몰랐다" 분통
용인시에 위치변경 요구하자 "경기도 주관"… 道 "설계변경 용인시 권한" 회피

용인 포곡 스마트 물류단지 앞 주택단지
용인시 포곡읍 삼계리에 위치한 A타운 3단지 뒤쪽으로 약 20m 거리를 두고 용인 포곡 스마트 물류단지 공사장 임시가림벽이 설치돼 있다. 이동구기자

용인 포곡 스마트 물류단지가 입지를 두고 주민들의 반발(중부일보 2020년 2월 5일자 22면 보도)을 산 것도 모자라 주택단지와 불과 33m 거리에 들어서게 됐다.

주택단지 주민들은 경기도와 용인시의 소극적인 대응에 불만이 겹친 가운데 시행사에 설계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16일 오후 용인시 포곡읍 삼계리 일대 단독주택 110여 가구 규모의 A타운. A타운 3단지 B(43·여)씨의 집 앞에는 약 20m 거리를 두고 공사장 임시가림벽이 길게 설치돼 있었다.

B씨는 "지난해 7월 주택매매 계약을 마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물류단지가 들어선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 정도로 집 앞 가까이 들어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숨을 토했다.

이날 경기도, 용인시, 주민들에 따르면 용인 포곡 스마트 물류단지는 17만8천203㎡ 규모의 터에 물류 건물 세 개 동과 상가 건물 두 개 동으로 구성, 오는 2023년 완공 예정이다. 옛 ㈜경방의 용인공장이 있던 터를 ㈜딩동이 2019년 11월께 매입한 뒤 추진, 이 중 물류 건물 한 동이 B씨의 집과 33m 거리를 두고 45m 높이로 조성된다.

물류단지 설립은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2조 등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실수요검증단계를 거친 뒤 경기도에서 물류단지 지정 및 실시계획승인을 거쳐 결정된다.

용인 포곡 스마트 물류단지는 2019년 4월부터 국토부와 경기도, 용인시, 한강유역환경청 등 관련기관들의 협의와 검토, 주민 등의 의견청취 등을 진행한 뒤 지난해 9월 4일 경기도로부터 물류단지계획 승인고시를 받았다.
 

용인시 포곡읍 삼계리에 위치한 A타운 3단지 B(43·여)씨의 집에서 바라본 용인 포곡 스마트 물류단지 공사장 모습. 이동구기자
용인시 포곡읍 삼계리에 위치한 A타운 3단지 B(43·여)씨의 집에서 바라본 용인 포곡 스마트 물류단지 공사장 모습. 이동구기자

그러나 물류단지와 가장 가까운 위치인 A타운 3단지 주민들은 2019년 12월부터 진행된 의견청취 과정 당시 입주하지 않은 상태여서 물류단지 설립에 대해 정확히 인지할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A타운은 2019년 3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A타운 3단지 입주 시기는 2020년 9월께다.

A타운 주민들은 뒤늦게 용인시의 이격거리 제한 조례 등을 근거로 33m 거리에 들어서는 물류 건물의 위치 변경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는 물류단지는 이격거리 관련 제한 규정이 없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주택과의 200m 이상 이격거리 제한 규정은 용인시도시계획조례 제20조와 이와 관련된 시행규칙상 물류단지가 아닌 물류창고와 같은 창고시설에 적용되고, 이마저도 용인 포곡 스마트 물류단지처럼 지구계획단위구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도가 주관하는 사업"이라며 "시행사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설계변경을 하려면 도에 신청해 진행하는 것으로 시가 나설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기도 역시 시와 마찬가지로 위법이 아니라는 견해지만, 토지의 용도변경 권한은 도에 있고 건물의 설계변경 권한은 시에 있다며 책임 소재를 나눴다. 또한 이미 사업승인 허가가 난 상황에서 도가 시행사에게 먼저 설계변경을 요구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시행사에서 설계변경을 요청하면 도와 시를 포함한 관련기관들이 검토절차를 거쳐 결정한다"며 "이미 합법적으로 사업승인 고시가 내려졌기 때문에 시행사의 의지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33m 이격거리를 둔 주택단지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정도에 따라 소음과 분진 등에 대해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행사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A타운 주민들과 협의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요구한 설계변경에 대해서도 어렵지만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동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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