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에서는 투자라는 개념의 근원을 슬쩍 훑어보려고 한다. 거창한 듯 들리지만 뱀의 꼬리를 염두에 놓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경제는 경세제민(經世濟民) 혹은 경국제민(經國濟民)의 줄임말로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송나라 사상가 장자가 저술한 제물론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다만 이것도 확실하지 않은 것이 중국 삼경 중 하나인 서경에서 왔다거나 위나라 건국 기틀인 조조의 셋째 아들 조비가 창언했다는 얘기도 있다.

다스리고 구제한다는 스케일에 부합하게 정치와 행정까지 범주에 들어간 개념이다.

투자란 재물(資)을 던진다(投)는 뜻으로 경제학에서는 미래에 더 큰 구매력을 얻고자 지금의 구매력을 포기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아울러 투자는 가진 돈을 적절히 운용해 재산을 불리는 행위로 근자에 와서는 재테크와 맥이 같다고 볼 수 있다.

애초에 기업의 재무관리 영역이었지만 현재는 가정의 재산관리수단으로 인식된다.

투자자산의 연평균 기대수익률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합한 수준에서 플러스마이너스 변동하는데 이 비율 최상단에 있는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선진국의 경우 10% 미만, 신흥국은 10%를 약간 웃돈다고 한다.

대표적 투자수단이자 위험자산에 포함되는 주식은 기업과 명운을 같이 할 운명이다.

아무리 규모가 큰 업체라고 해도 실적과 이미지가 요동치는 순간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한치 앞을 넘겨짚어도 헛발이 많은 증시에서는 이런 경우 어떤 나침반도 길라잡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줄 수 없다.

작년 시월 연재를 시작했던 [정금철의 정주행]의 기약 없는 매조지 전에 아직까지 끄적거렸던 결어 부분 중 다시 언급하고 싶은 일부만 중복을 피해 수정 발췌해보겠다.

전편을 읽지 않은 독자를 위한 작별의 배려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증시는 심지를 굳히고 객관적 수치와 지표를 아무리 따져 투자해도 수익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무턱대고 증시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은 기업의 이름값과 분위기만 보고 섣불리 자금을 내던지는 우를 범하기 쉽다.

미국 3대 주가지수 중 하나인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의 출발에 동행했던 12개사 중 100년간 잔존했던 기업은 제너럴 일렉트릭뿐이다.

결국 이 업체도 3년 전 리스트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감당해야 했다.

투자의 정석은 실패를 최소화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경험을 쌓는 것이다.

특히나 장기투자는 한 업종, 한 종목 투자 원칙을 되새기면서 그나마도 종목을 나눠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에 접근하려면 ‘무리한 빚을 내서 투자하지 마라. 단검을 핸들에 꽂은 채 운전하는 것과 같다’는 워런 버핏의 말처럼 건전한 투자습관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

투자 대상 기업을 친근하게 여기고 미래의 모습까지 고찰하려는 자세도 갖춰야 한다.

증시 예측은 신의 영역이지만 반복된 시련은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지혜를 갖게 해준다.

인간은 굳이 겪지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 접촉을 통해 타인의 경험까지 흡수하는 능력이 있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EPL 리버풀 빌 섕클리 전 감독의 말처럼 증시에 조정은 있어도 경제가 무너지진 않는다.

변동성은 그 자체로 변화하는 게 정상이다.

한 가지의 큰 사건이든 중첩돼 영향력을 키운 몇 가지 사건이든 예측으로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건 발생 후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는 있겠지만 사전 예측으로 투자전략을 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온갖 이슈가 글로벌 천지를 뒤흔들어도 시장은 자기 길을 잊지 않는다.

인류가 갖가지 악재를 불굴의 의지로 견디고 버텨 현재를 쟁취했는지 정작 우리는 잊어버리지만 시장은 기억한다.

우리는 못 견디게 느긋하지만 끝내 이기는 거북이보다는 승리의 맛도 못 본 약삭빠른 토끼가 되길 원한다.

수많은 교훈을 접했지만 답답함과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선택의 결과는 모두의 예상과 같다.

빠르게 위험한 길을 뛰는 것보다는 천천히 옳은 길을 걷는 게 낫다는 건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에게 온화한 얼굴로 해주는 말일 것이다.

험난하고 광활한 증시에서 우리는 학생이자 아이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

실적에 근거한 장투도 성투의 방법 중 하나다.

정금철 이슈에디코 편집국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