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신없던 시기에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포천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발견된 것이다.

포천은 경기 북부 최대 돼지사육지로, ASF가 뚫리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야생멧돼지에서만 바이러스가 검출될 뿐, 양돈 농가에서의 감염사례는 없었다. 양돈농가 전파를 차단한 것이다.

이는 엄청난 성과다. 포천만이 경기북부에서 살아남았다. 발생 초기부터 양돈농가의 적극적인 협조와 공무원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기도 최초로 도입한 GPS 포획관리시스템은 멧돼지의 이동경로 등을 파악해 ASF는 물론 총기사고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됐다. 또한, 야생멧돼지 집중포획, 폐사체 수거, 울타리 설치 등으로 야생멧돼지 개체수를 저감시키고 이동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행운도 따랐다. 지난 여름에는 태풍으로 인한 울타리 훼손 부분을 조기에 발견했다. 자칫 양돈농가에 전염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훼손된 울타리는 즉각 보수했으며, 다행스럽게도 우려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시는 울타리 설치노선도를 우리 현장여건에 맞게 환경부에 건의하고 관리 인력을 투입하는 등 차단울타리 개선에 심혈을 기울였다. 최근에는 전국 최초 태양광 자동출입문을 개발, 신북면과 영북면 2곳의 양돈농가에서 시범 설치해 운영 중이다.

태양광 자동출입문은 광역울타리의 출입문이 열려있는 것을 사전방지하기 위해 시에서 고안해 낸 것으로, 전기가 없는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이동경로 차단에 효과가 있다.

실제로 이러한 노력들은 결과로 나타났다. 2,700여 마리의 멧돼지를 포획했으며, 그 가운데 82마리가 양성으로 확인됐다. 인근 시군에 비해 산림면적이 넓은 지역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적은 수치다. 끊임없는 포획으로 개체수를 줄이고 이동경로를 차단했기에 가능했던 결과물이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언론에서 조금 잊혀지긴 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특히, 4·5월은 출산기를 맞은 야생멧돼지가 평균 7마리의 새끼를 낳아 개체수가 급증하는 시기이다. 또한, 수풀이 우거지면서 멧돼지 폐사체 수색도 어려워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뚫리면 끝장이라는 심정으로 막아야 한다.

포천에는 현재 160여 곳의 돼지농가에서 30만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경기북부 최대 규모다. 오랜 기간 ASF와 싸우다보니 농가와 공무원들은 많이 지친 상태다. 하지만 노하우도 많이 생겼다. 구제역, AI, 가지검은마름병 등 5대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포천 농가와 공무원들은 이 분야에서 만큼은 전국 최고일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 미리 준비해 두면 근심할 것이 없다." 공직자들에게 매번 강조하는 말이다.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현재로써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종식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충실히 행동에 옮긴다면 양돈농가 전염은 충분히 차단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증명해왔다.

농가를 비롯해 감염지역 안팎을 오가는 사람, 차량 등에 대한 방역과 야생멧돼지 포획, 차단울타리, 매몰지 관리 등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점검해야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경각심을 갖고 조금 더 힘내 바이러스 전염으로부터 굳건히 지켜나가길 바란다.

박윤국 포천시장

저작권자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