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저 사람 진짜 사람 아닌 거 알지?"
며칠 전 TV속 한 광고에서 멋들어지게 춤을 추는 주인공을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광고 속 인물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3D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버추얼 인플루언서’란다. 가상인물임을 알고 봐도 표정과 움직임 하나하나가 너무 자연스러워 새삼 기술의 발전이 놀랍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최근 급격히 발전한 가상현실 콘텐츠는 코로나19가 가져온 뉴노멀 시대의 모습 중 하나이다. 코로나19를 촉매로 빨라진 기술의 발전은 우리 생활에 많은 편리함을 가져왔다. 배달 앱의 활성화로 집에서 전통시장 장보기가 가능해지고 스마트폰 클릭 몇 번이면 동네 맛집 음식이 우리 집 문 앞까지 배달된다. 비대면 수업과 회의도 활발해졌다. 장소와 시간 제약 없이 화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한다.

하지만 이런 뉴노멀 시대를 향한 변화가 모두에게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급격한 변화에 뒤처지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 번쯤 카페나 음식점의 비대면 주문 기계 앞에서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어르신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무인시스템을 도입하는 점포들이 늘고 있지만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이나 화면에 손이 닿지 않아 물리적인 불편함을 겪는 어린이나 장애인은 이런 변화에서 소외되고 있다.

일상의 불편함으로부터 시작된 작은 격차는 교육과 소득, 복지수준 등 우리 삶의 깊은 부분까지 파고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 장기화와 돌봄 공백이 원인인 것이다. 노동시장과 가구에 미치는 코로나19의 피해도 차이가 뚜렷하다. 상용직 근로자에 비해 임시직 근로자와 자영업자, 남성 근로자에 비해 여성 근로자, 사무직에 비해 서비스직, 중장년층에 비해 노년층의 근로·사업소득이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청년층의 경우 취업시장이 위축되며 아예 노동시장에 진입할 기회마저 사라졌다.

백신접종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며 머지않아 코로나 이전 수준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들기도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K자형 회복을 우려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받는 고학력·고소득층은 회복이 빠르고 부유해지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회계층은 회복이 어렵거나 소득이 감소하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는 빠르게 회복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향후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깊어지는 양극화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7월 14일 발표한 ‘한국판 뉴딜 2.0’에 청년정책과 돌봄격차 해소를 중심으로 한 휴먼뉴딜을 추가했다. 사람투자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완화하고 공정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광명시는 이런 흐름에 앞서 사람투자에 대한 중요성을 미리 인식하고 학습을 통한 사회적 양극화 해소를 추진해왔다. 정부보다 먼저 3대 무상교육을 실시하며 보편적 교육복지를 실현했고 코로나19로 학교 교육서비스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육재난지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평생학습의 해로 지정한 2021년을 맞아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뉴노멀 시대

에 필요한 미래역량 개발 기회를 공평하게 보장하고자 전 시민에게 평생학습장학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을 위한 투자도 아낌없이 진행 중이다. 민선7기 시작과 함께 청년정책팀을 신설하고 시장직속 청년위원회를 구성해 청년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왔다. 50억 원 규모의 청년숙의예산을 마련했고 청년들이 직접 스스로 청년정책을 만들도록 했다. 그 결과 청년·신혼부부 전월세 대출이자 지원사업, 청년센터 건립, 청년예술창작소 건립 등 청년이 공감하는 청년정책을 수립해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청년들의 꿈을 지원하고 있다.

아무리 세상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사람이 먼저다. 구성원의 다수가 가난하고 비참한 사회는 결코 번영하고 행복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힘들더라도 조금 더 멀리 보고 함께 나아갈 때 진정한 행복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승원 광명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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