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취임 후 여름 휴가 한 번 쓰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일했지만 올해 여름은 유독 분주했다. 특례시 출범이 불과 반년도 남지 않았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특례권한이나 이양 사무와 관련해선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어서다.

지난 7월 2일 수원·고양·창원 등 3개 특례시 시장님들과 함께 김부겸 국무총리와 김순은 자치분권위원장을 만나 지방자치법 시행령에서 누락된 특례사무 규정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시작으로 두 달간 6차례에 걸쳐 청와대,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을 찾아가 장·차관들과 면담하며 특례사무 확보를 위한 지원을 촉구해왔다.

지난달 14일과 27일에는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4개 특례시 시장과 시의회 의장들이 함께 사회복지급여 기본재산액 기준 개선을 강력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전개하기도 했다.

특별히 사회복지급여 기본재산액 기준 개선을 거듭 촉구한 것은 올해 큰 폭으로 상승한 개별(공동)주택 가격이 내년부터 반영되면 이로 인한 직접적인 시민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기본재산액은 복지급여를 산정하는 기준으로 기본적인 생활 유지에 필요하다고 인정돼 소득을 환산할 때 제외하는 재산가액이다. 지역별로 공제하는 재산가액을 다르게 설정하는데 생계·주거·교육급여 지급 시 대도시(서울·광역시)는 6천900만 원, 중소도시는 4천200만 원, 농·어촌은 3천500만 원이다.

공제 금액이 많아지면 복지급여 수급자로 선정될 확률이 높아지는데 4개 특례시는 ‘중소도시’로 구분돼 공제되는 금액이 4천200만 원이다.

이 기준은 18년 전인 지난 2003년에 설정돼 지금껏 적용돼 왔는데, 그동안의 도시 환경 변화나 평균 주택가격·물가 상승 등의 실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4개 특례시 평균 복지급여 수급률은 1.33%로 대도시 평균 복지급여 수급률 3.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현실에 맞지 않은 기본재산액 기준으로 인해 450만 4개 특례시민들이 인구수가 비슷한 광역시민들에 비해 수급액이 적거나 아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역차별 받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최근 보건건복지부에서 특례시의 기본재산액 기준을 ‘대도시’로 상향하는 것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시 개정을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수반돼야 하는 만큼 올해 안에 관련 예산이 정부예산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특례권한을 확보하는 일에도 속도를 올려야 한다. 지금까지 4개 특례시가 공동 용역을 통해 발굴한 특례 사무는 정부공모사업 신청 자격 부여,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권한 확대, 지역자율형 수도권 공업지역 공급물량 배정 등 421건이다.

지금 용인시에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와 경기용인 플랫폼시티 등 전국이 주목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 반도체 협력단지 등을 비롯한 산업단지 신청 물량만 15곳, 412만㎡ 규모에 달한다.

더불어 지난 2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로 지정돼 산단 조성 가능 여부에 대한 기업들의 문의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물량만으로는 기업들의 신규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없는 데다 이미 배정된 사업이 취소되면 물량이 경기도로 자동 회수되는 문제가 있었다. 시의 입장에서는 긴 시간 행정절차를 밟아 어렵사리 확보한 물량이 다시 회수되다 보니 타격이 컸다.

특례시 도입의 목적은 명확하다.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 규모에 맞는 행·재정적 권한을 부여해 지방자치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지방자치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획일적으로 적용돼 온 지방자치제도에서 벗어나 각 지자체가 특성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특례를 갖도록 해 행정의 신속성, 종합성, 다양성을 실현하는 진정한 지방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동등한 것은 동등하게, 동등하지 않은 것은 동등하지 않게 취급하는 것을 우리는‘형평성’이라고 부른다.

모든 기초지자체들은 규모나 역량 특성이 제각기 다르다. 이 ‘다름’을 존중하고 형평성을 바탕으로 동반 성장을 도모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이 가능할 것이다.

백군기 용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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