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하면 떠오르던 호수가 있다. 온갖 폐수가 흘러들어 물고기들이 죽어나가던, 검은 물이 출렁이고 악취가 진동하던 시화호다.

하지만 시화호의 오명은 사라진지 오래다. 시화호는 생명이 출렁이는 기적의 호수로 다시 태어났다. 매년 20만여 마리의 철새가 머물고, 우럭과 넙치, 주꾸미, 갑오징어가 서식한다.

이 변화에는 자연의 가치를 인지하고 움직인 사람들의 노력이 녹아있다. 지금의 자연을 지켜내어 지속가능한 미래를 가능케 하는 기적의 과정을 시흥시는 온몸으로 경험해 냈다.

시흥시는 원래 자연자원이 풍부한 도시다. 곳곳에 하천이 흐르고, 이 하천은 갯벌을 통해 바다로 이어진다. 소래산과 성주산, 군자봉이 길게 도시를 둘러싸고 있어 녹지도 풍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흥이라는 이름에는 오랜 기간 회색빛 산업도시의 이미지가 짙게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이제 시흥시는 오염된 산업도시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시화호의 기적을 시민의 삶에서 실현해 나가고 있다. 56만 시민 누구나 집 앞에서 자연을 누릴 수 있고, 지역 곳곳에 쉼을 담은 공원도시로서의 새 길이다.

제주에 올레길이 있다면 시흥에는 늠내길이 있다. 숲길과 갯골길, 옛길, 바람길 등 4가지 코스로 조성돼 있는데, 이 늠내길이 내년 가을, 시흥시 전역으로 확대된다.

시흥시의 늠내길은 인공적인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도심 속에서 시흥이 가진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산책로이자 쉼터로 많은 시민에게 사랑받고 있다.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늠내길을 하나로 연결하고, 소래산부터 거북섬까지 K-골든코스트 라인을 따라 한 번에 시흥을 둘러볼 수 있는 시흥종주 늠내길을 내년이면 만나볼 수 있다.

시흥 곳곳에 흐르는 하천들은 시민들의 쉼터로 복원한다. 물길 따라 역사와 문화, 사람이 함께하는 시흥시만의 하천 브랜드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하천은 시민이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녹지공간으로서 시민 삶의 질에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 6-70년대 만해도 맑은 물가에서 멱 감고 고기 잡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맑은 물 자체가 가치가 됐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시민이 나서고 있다.

시흥시도 하천복원의 경험이 있다. 시민의 손으로 되찾은 시흥천의 경우다. 시흥천은 시흥시 정왕동과 안산시 단원구 성곡동의 경계를 흐르는 9km의 하천이다. 주위에 고물상 등이 적치한 쓰레기가 쌓여 사람이 오지 않는 버려진 하천이었다.

그러나 지금 시흥천은 주민들이 나와 운동하고, 가족이 함께 여가를 즐기는 산책로로 사랑받고 있다. 여기에는 환경지킴이로 대표되는 지역주민들의 열정이 있었다.

주민들은 직접 호미와 쓰레기봉투를 들고 쓰레기를 주웠고, 쪼그려 앉아 잡초를 제거했다. 시흥천과 생금집을 연결하는 ‘바람개비길’을 만들어냈고, 꽃을 심어 하천에 계절을 녹여냈다. 2019년부터 3년간 이어진 긴 여정이었다.

시민이 시작한 이 노력을 시흥시가 이어받아 하천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은행천은 정비를 마치고 그 모습을 드러냈고, 신천 자연형하천과 장곡천, 계란마을천은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양달천과 시흥천, 보통천과 장현천도 시민의 품으로 되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물왕저수지는 수변데크를 설치해 산책코스로서의 장점을 강화하고, 주변에 물왕수변공원, 따오기 문화공원을 조성해 수변과 문화, 그리고 쉼이 있는 친환경 문화공원으로 개발한다. 시흥 대표 관광지인 갯골생태공원과 연꽃테마공원, 호조벌을 연결하는 그린웨이에는 걸음걸음 시흥의 이야기를 담아낼 계획이다.

시화호의 기적을 만들어낸 시흥시가 이제는 시민 누구나 자연을 누리는 자연도시, 지역 곳곳에 쉼을 담은 공원도시로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이 도전은 누구나를 위한 것이다. 운동으로 아침을 여는, 점심시간 짬을 내어 자연을 즐기는, 그리고 가족과 함께 저녁을 걷고 싶어 하는 모두의 삶을 위한 것이다. 개인의 삶이 도시의 미래가 될 시흥시의 그린웨이가 지금 눈앞에 펼쳐져 있다. 시흥시민의 삶은 이제 쉼이 된다.

임병택 시흥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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