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어디에 가서 이렇게 일할 수 있겠어요.", "집에만 있으면 말 한 마디 할 일이 없어요. 여기나 나오니까 이렇게 얘기도 일도 하고 새 삶을 사는 기분입니다."

얼마전 방문한 성남의 노인일자리 사업장 ‘공감&펫’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의 말씀이다. 카페, 기름집, 코인세탁소 등 사업장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어르신들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은 늘 감탄을 자아낸다. 일을 통해 삶의 활력을 찾고, 다시 젊어지는 느낌이라며 정말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필자 역시 함께 행복해지곤 한다.

성남 역시 고령 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필자가 생각하는 고령화 시대의 해법은 돌봄 강화, 지역사회 계속거주(Aging in Place),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그 답이다. 이에 성남시는 치매안심마을과 센터에 집중하고, 어르신들이 성남을 떠나지 않고 계속 사실 수 있도록 리모델링을 통한 주거환경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도 그 중심에 있다. 성남시는 올해 264억원을 투입해 9천578명 참여 규모의 경기도 내 최다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작년 대비 사업 참여인원 728명, 사업비 75억원을 늘려 공익형, 시장형, 사회 서비스형, 취업 알선형 4개 분야의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과 환경감시단 등 어르신 소일거리 사업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어르신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69세의 경제활동 참여율에서 그 증가폭이 크고 현재 일을 하는 이유로 생계비 마련(73.9%)을 꼽았다는 사실은 우리가 주목해봐야 할 지점이다.

통계청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서도 60세 이상 고령자 중 57.7%가 스스로 생활비를 마련한다고 응답했으며, 본인과 배우자의 일·직업을 통한 수입이 26.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한다.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 되었지만,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 최고 수준인 한국은 취약한 공적연금제도와 노후비용 부담으로 인해 많은 어르신들이 여전히 생존을 위해 일을 계속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양질의 어르신 일자리를 계속 늘려나가야 하는 당위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이처럼 노년기 경제적 자립, 일자리 창출 등의 사회경제적 효과에 더해 노인일자리 사업은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집 밖으로 나와 사회활동을 통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넓은 의미의 사회적 돌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세대통합도 빼놓을 수 없다. 고령 사회의 문제에는 어느 한 개인, 어느 한 세대의 탓이 아닌 한국의 급격한 산업화와 고도성장의 신화 속에 감추어진 불합리한 사회구조와 그에 대응한 사회안전망을 미처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구조적인 측면이 있다. 따라서 모든 세대가 함께 풀어가야 할 우리 모두의 문제다.

우리가 지역사회에 모든 세대가 함께 ‘돌보는 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애견카페처럼 어르신들과 다른 세대가 만날 수 있는 접점과 공간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이는 앞으로 고령 사회가 심화됨에 따른 노후비용 부담과 세대 간 단절로 인한 잘못된 편견으로 발생할 수 있는 세대 간 갈등을 줄이는 효과도 바라볼 수 있다.

물론 일자리가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은 아니다. 연대와 협력에 기반한 사회적 돌봄 강화와 공적연금 등을 통한 노후소득 보장성 강화 역시 매우 시급하다. 다만 여기에 더해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로 고령 세대가 노후에 필요한 사회보장비용을 스스로 어느 정도 감당한다면 일정 부분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한국은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 2045년에는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7%를 차지하는 세계 1위 고령 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노년의 문제는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한발 먼저 준비하는 성남은 우리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를 더욱 확대해 우리 지역사회에 ‘돌보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은수미 성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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