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지 작가 ‘문어의 무늬는 문이다’ 전시 사진=나예은기자
조은지 작가 ‘문어의 무늬는 문이다’ 전시 사진=나예은기자

2021 경기작가집중 조명 ‘광대하고 느리게 권혜원, 박은태, 조은지’가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렸다.

오는 2022년 2월 2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도 미술관과 경기문화재단 시각예술 분야 정기 공모 지원 사업이 연계해 진행한 것으로 공모지원사업과 함께 성장한 중진 작가 셋의 신작 총 13점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은 3인 작가의 개성을 선명히 내보이면서도 작품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구성됐다. 모든 전시 시설은 이전 전시에서 사용한 것을 재사용함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부담도 최소화했다.

◇대상화의 역전= 권혜원 작가는 ‘물질과 비물질’에 대한 사유를 영상매체 기반으로 풀어냈다. 덕수궁 내 식물의 모습을 낯선 범위에서 포착한 ‘나무를 상상하는 방법’과 인간과 식물의 관점을 뒤집은 ‘급진적 식물학’이다.

전시 공간으로 들어서면 한쪽에서는 ‘나무를 상상하는 방법’이, 한쪽에서는 ‘급진적 식물학’이 재생된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 재생되는 영상을 바라보다 보면 식물들이 마음을 두드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권 작가는 작품에 대해 "오늘날의 매체들이 지닌 일방향적 관찰 방식이 완전히 역전된 세상을 상상하며 작품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관찰자가 스스로를 인식할 수 없는 방식이 아닌 관찰자 스스로가 끊임없이 스스로를 인식하는, 관찰자가 대상화되는 방식이다. 이어 "이렇게 역전된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사람들이 식물을 바라보는 지구를 바라보는 방식도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 덧붙였다.

박은태 작가 ‘황금모듈’ 전시 사진=나예은기자
박은태 작가 ‘황금모듈’ 전시 사진=나예은기자

◇노동의 구체성= 박은태 작가는 ‘천근의 삶’ 시리즈와 ‘부품의 대가’ 시리즈를 통해 ‘노동과 인간’의 관계를 표현했다. 작가가 직접 겪었거나 바라본 노동 현장의 모습을 통해 노동의 실체를 강조하고 관념적 노동과 실제적 노동 사이의 모순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특히 커다란 캔버스에 PCB 기판 위 노동자를 세심하게 표현한 ‘황금 모듈’에는 붉은 선을 추가함으로써 기존의 자본 흐름을 멈추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박 작가는 "팬데믹 시대와 함께 빈부격차가 늘어났고 이는 자본에 몰입하게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됐다"라며 "노동자들이 자본의 흐름을 재편하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의미로 작품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인간 중심적 인식 체계에서 벗어나= 조은지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을 주제로 퍼포먼스와 전시 작품 ‘문어(文漁)의 무늬는 문(文)이다.’를 선보였다.

조 작가의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흰 벽에 쓰인 텍스트들에 압도되는 느낌이 든다. 작품은 인간 중심의 지적체계를 지적하고 인간과 가장 다른 인식체계를 가진 ‘문어’에 집중함으로서 자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수행하고자 했다. 조 작가는 이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문자를 선택했는데 이에 대해 "언어가 없고 모호한 상태에서 작업하다가도 텍스트를 쓰다 보면 ‘내가 이런 것을 하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어를 형상화하자 텍스트가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나예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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